[발언대] 교육 투자는 장기적 안목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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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 초등학교 교육현장에 가보면 몇가지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된다. 학생이 전학하면 교장 선생님이 직접 맞아준다. 또 담임 선생님은 전학생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등을 두드리며 환영한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지명되면 분명하게 의사 표시를 한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미국의 경쟁력을 낳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암기식 교육에 얽매여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대화와 토론식 수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 학급에서 너무 많은 학생이 수업을 받는 데서 비롯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초등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수는 미국 16.5명, 일본 21.4명, 독일 21.6명, OECD 국가 평균 17.1명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31.0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하며, 자신의 논리를 정리해 발표하는 대화.토론식의 수업도 하기 힘들다. 토론수업은커녕 질문이 나오면 화부터 낼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이를 도외시하고 디지털 시대 운운하며 사이버 교육을 논하는 건 기초체력도 보강하지 않고 특정 운동을 잘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

교육은 기초투자가 중요하다. 또 투자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이를 무시한 효율의 논리는 무모하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으로 더욱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

김기언 <경기대 교수 사회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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