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칼럼

펀드 환매와 보유에 대한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가 이런 강좌를 듣게 된건 2007년도에 남들도 다 하고 주식시장이 너무 좋다고 하니까 펀드에 몇 개 가입했는데 엄청나게 손해를 봤어요.그래서 작년 초에 손실을 감수하고 해지를 했는데 그 이후에 제가 해지한 펀드들이 다 올라서 본전까지 가더라구요..저요? 물론 남편에게 아무소리 못하고 쥐죽은듯 살고 있는데요…이래서는 안되겠다 싶더라구요..그래서 재테크 강좌를 듣게 되었네요.."

최근에 개강한 모 백화점 문화센터의 어느 수강생의 자기 소개 내용이다.

필자도 기억하는 지난 2007년도의 국내 투자자들의 대부분의 모습이 이러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 수익률 베스트 10을 살펴보면 마지막에 들었던 펀드의 수익률도 연 70%가 훌쩍 넘었었다.7%가 아니라….70%이다.
해외 펀드도 수익률 인플레 시대였던걸로 기억해서 중국펀드를 비롯해서 역시 수익률 상위펀드 10개를 살펴보면 최고 138%에서 10위가 80%선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듬해인 2008년도에 종합주가지수가 1800포인트 대에서 1124포인트까지 하락하면서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이때 자포자기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보자'라는 식으로 버틴 투자자들이 최근에 어느 정도 원금 회복이 되니 너나 할 것 없이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

지난 4월 7일 금융투자협회의 발표를 살펴보면 4월에만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선 하루 5,000억안팎의 뭉칫돈이 나가며 1조4,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코스피지수가 1,720대로 나름대로 상승의 전망으로 핑크빛이었던 주식시장의 모습과는 달리 4월 2일 하루에만 5,003억원, 5일 5,307억원이 순유출됐고, 6일에도 2,213억원이나 빠졌나갔다.

3월부터 주식형펀드에서 하루 평균 1,000억원안팎으로 꾸준히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2개월 여만에 코스피지수 1,720포인트대에 복귀한 것이 오히려 지금이 환매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젠 좀 안전하고 편하게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주식시장의 상승 예상 분위기와 엇박자로 가는 듯 싶다.

예전에는 어떠했는가?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1,700대를 넘어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난 2007년6월~2008년1월 주식형펀드에 무려 25조원이 투자되었다.하지만 이제는 종합주가지수가 올라가도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 증권가의 모습이고 이러한 원인을 애써 투자교육의 부재 및 아팠던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심리라고 한다.

2007년 이후 코스피 1,700대 이상에서 펀드에 순유입돼 아직까지 남아있는 자금이 약 24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 당분간은 '펀드런'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시장은 1800선을 향해서 올라가고 있지만 개인들의 펀드 환매 줄서기로 있해서 운용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보유 주식을 매도 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우량주 위주로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를 하면서 1700선과 1800선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세계 많은 투자관련 기관들이 발표한 2010년의 투자 유망 종목에서 대한민국 주식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고 하고 실제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 실적과 이익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우상향으로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지금 앞다투어 펀드의 환매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추가 매수를 통해서 수익구간 분산과 함께 현재의 상승세를 투자의 기회로 노려보는 것이 또 한편으로는 투자의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 역시 펀드에 가입해서 원금손실을 경험해 본 적이 있고 원금이 회복된 이후에 환매의 유혹에 시달린 적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계속된 정기예금이나 적금의 금리 인하와 계속되는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아니 앞으로 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자상품의 운용은 금융 투자자들에게는 기본적인 투자 방법과 자산 운용 전략이기 때문에 지금의 환매 유행이 우려가 되어서 당부한 것이다.

이는 해외펀드의 환매도 마찬가지로 보면되는데 과연 중국이나 인도,브라질 등의 나라의 경제나 해당 국가의 주식시장이 앞으로 지금보다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인지를 판단해 보고 환매를 해도 늦지 않겠다.

매도하거나 환매한 투자는 쳐다 보지도 말라라고 하는데 쳐다 볼 마음도 안나기 위해서는 그래도 원금 손실 상태에서 혹은 겨우 원금이 회복된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는 향후 상승 가능성만 있다면 조금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이익이 난 상태에서 환매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어수선할수록 스스로의 투자관과 방향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판단과 결단력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투자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