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6·25전쟁 영웅들’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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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4월 22일 로열 노섬브리아 퓨질리어 연대가 임진강 인근 방어진지로 이동하는 모습. 영국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이다. [연합뉴스]

영국의 최고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조지 십자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을 포함한 6·25전쟁 참전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와 가족 200여 명이 12~19일 한국을 방문한다. 11일 주한영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60여 명의 영국군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포함한 이번 방한단은 가평과 글로스터 밸리 등의 영연방군 격전지를 방문해 추모행사에 참석한다. 아울러 서울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전쟁기념관, 부산 유엔기념묘지, 판문점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방한단에는 6·25전쟁 중 중공군과 육박전을 펼치는 등 용감한 행동으로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은 윌리엄 스피커먼(83)이 포함됐다. 스피커먼은 6·25전쟁 빅토리아 십자훈장 수훈자 네 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이다. 이 훈장은 전쟁 중 적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희생과 뛰어난 용맹, 민첩함을 보여준 장병에게 수여된다. 블랙워치(로열 하일랜드 연대의 별칭) 제1대대 소속이던 그는 1951년 11월 부대가 중공군의 포위 공격을 당하자 다른 여섯 장병과 함께 수류탄을 모아 적진을 기습 공격해 이를 물리쳤다. 그는 적의 유산탄으로 부상까지 당했으나 동료와 함께 육박전을 포함한 15차례에 걸친 격전을 펼쳐 대대가 안전하게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었다.

이와 함께 6·25전쟁 중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잡혀있는 동안 적의 고문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저항과 결의를 보여줘 동료 포로들에게 용기를 준 공로를 인정받아 조지 십자훈장을 받은 데렉 키니(80)도 함께 한국을 찾는다. 조지 십자훈장은 작전 중은 아니지만 극한 위험 속에서 용기를 보여준 군인과 민간인에게 수여된다. 키니는 1950년 8월 6·25전쟁에 자원해서 참전해 로열 노섬브리아 퓨질리어 연대 제1대대에 배속돼 싸웠다. 그는 51년 4월 25일, 임진강 전투 마지막 날에 중공군에게 포로가 됐다. 억류 중 두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다시 잡혔고, 포로 생활 중에 참혹한 고문과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영국군은 6·25전쟁 중 미군 다음으로 많은 약 5만8000명이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이 가운데 1109명이 전사했으며 2674명이 부상했다. 포로가 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도 1060명에 이른다. 현재 부산 유엔기념묘지에는 800명 이상의 영국군이 잠들어있다. 영국군에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를 모두 합치면 9만400여 명이 참전해 1750명이 전사했다.

마틴 유든 주한영국대사는 “이번 행사는 참전용사들의 용기를 기리기 위한 중요한 기회”라며 “위대한 정치·경제적 발전을 이뤄 많은 개도국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은 참전용사들에게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7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만6000여 명의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초청해왔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이번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 방한을 시작으로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21개국 2400여 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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