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위기 태평양 건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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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선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아르헨티나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우선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오전에는 11.35%나 추락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재정긴축을 통한 외채상환과 구조조정 등 긴급 경제대책을 또 내놓았으나 약발이 듣지 않았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국제 사회의 파격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국내 정정불안까지 겹쳐 아르헨티나 사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 남미 전체로 확산 기미=아르헨티나의 국가채무는 현재 모두 1천2백80억달러인데 올 하반기에만 2백50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4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해 아르헨티나가 독자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은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여기에 3년 넘게 지속된 긴축재정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친 것도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임 라울 알폰신 대통령이 주도하는 야당 세력은 오는 10월 총선거를 의식해 긴축재정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허리띠를 조여 외국자본의 배를 불리는 악순환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등으로 연결돼 있는 주변국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2일 연례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터키의 경제위기가 신흥경제국들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 이웃 브라질의 레알화는 12일 연초 대비 31%나 떨어졌으며, 칠레.멕시코도 주가하락과 화폐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콜롬비아도 단기 외채의 장기 전환을 위해 이날 예정된 2천5백만달러 상당의 국채 발행을 무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 세계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아=아르헨티나의 위기는 199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와 달리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그러나 이 위기가 이미 3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는 점에서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와 유럽으로까지 번지는 대규모 연쇄 금융위기 가능성은 작다" 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아르헨티나 사태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13일 분석했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의 가산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금리인하 등에 따른 것으로 중남미 시장의 불안이 직접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98년부터 남미국에 대한 대출 등을 줄여와 아르헨티나에 빌려준 돈은 모두 1억2천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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