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모차르트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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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94년에 나온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 을 본 사람들은 교도소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던 천상(天上)의 소리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제3막에 나오는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였다. "왠지 가슴 속에서 자꾸만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오래 전에 잊어버린 무언가가…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자유를 느꼈다. " 흑인 죄수 레드의 독백이 기억에 남는다.

『모차르트 효과』(97년.돈 캠벨 著)란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를 듣고 난 뒤 검사를 받은 학생들의 IQ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8~9점 높게 나왔다는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의 논문이 '모차르트 효과' 로 발전했다.

불가리아 심리학자 게오르기 로자노프 박사는 클래식 음악을 이용한 외국어 학습법까지 개발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외국어 공부를 하면 최소한 5배의 학습효과가 있다고 한다. 청각훈련과 외국어 발성을 통해 우뇌와 좌뇌가 동시에 활성화함으로써 집중력과 암기력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범죄예방에서도 '모차르트 효과' 가 입증됐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시(市)가 올들어 시내 우범지역에 스피커를 설치해 하루 온종일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의 작품을 들려줬더니 범죄발생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음악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이론이 나와 있다. 특히 고전음악이 태교(胎敎)와 유아교육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정설로 돼 있다.

정서를 순화하는 인성교육 효과는 물론이고 창의력과 지능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플로리다주는 주정부 보조로 운영되는 탁아시설에서 하루 30분 이상씩 고전음악을 틀어주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조지아주와 테네시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고전음악 CD가 예방접종 안내서와 함께 주지사 이름으로 발송된다.

고대 중국에서도 음악은 육예(六藝)의 하나로 중시됐다. 공동체 구성원의 화목과 질서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공자의 주장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이상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체육과 음악 두가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의 말대로라면 발레나 에어로빅이 가장 훌륭한 교과목인지 모르겠다. 내 소리만 있고, 남의 소리는 없는 척박한 세상이다. 모차르트를 들어보자.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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