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읽을까] 미래사회가 궁금할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최근에도 '한국의 미래' 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키 위해 서울을 방문한 앨빈 토플러는 익히 알려진 미래학자다.

그의 저서들-1970년의 『제3의 물결』(원제 The Third Wave), 80년의 『미래의 충격』(The Future Shock), 90년의 『권력이동』(Power Shift) 등-은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돼 난해할 것이라는 미래서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고 대중화에 기여했다. 93년의 『전쟁과 반전쟁』(War and Anti-War)을 포함한 그의 대부분 저서들의 과학적 예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미래서가 세인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게 된 계기는 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The Limit to Growth)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약 1천2백만부가 팔려나갔을 뿐만 아니라 이후 각국의 정책이 자원과 에너지의 보존이나 지구환경에 대한 배려 등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보면 이 책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알 수 있다. 로마클럽은 93년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화두를 인류에게 던져놓았다. 우리는 물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이라는 명제는 상당기간 회자되고 연구되어질 것이다.

한편 토플러보다는 덜 대중적이지만 지식인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의 통찰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 『새로운 현실』(New Reality),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Post-Capitalistic Society)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그는 경영뿐 아니라 철학.종교.예술에 이르기까지 통찰의 영역을 확장시킴으로써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미래학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95년의 『미래의 결단』(Managing in a Time of Great Change)은 드러크의 진수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지난 20세기 근대산업사회의 당연시되었던 가정과 원칙, 그리고 경영 관행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출발하는 이 책은 경제와 경영, 그리고 사회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의 의미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또 그 접근의 진지성으로 보아도 놓쳐서는 안될 미래서가 2000년에 출간된 『비전 2003』(Vision 2003)이다. 이론물리학자이자 뉴욕시립대학의 교수인 미치오 가쿠가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분야별 1백50여명의 학자들과의 심층면담을 바탕으로 저술한 실증적 미래연구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첨단과학기술과 두뇌능력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나라가 21세기에는 경제 주도권을 쥐게 되고, 이것은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모르고 21세기를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한다. 90년대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미래서 중 『비전 2003』이 갖는 차별성은 저자의 개인적 상상력이나 통찰이 아닌 실증적이고 학제적인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내가 읽은 미래서 가운데 감동을 받았던 책은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다. 부제 '인간과 삶, 그리고 인간의 의미' 에서 보듯 이 책은 기술중심사회로서의 미래에 대한 예찬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발전이 초래할 인간의 물화(物化)를 경고하는 소위 '인간의 얼굴을 한 미래' 를 지향하는 책이다. 저자가 누구일까? 바로 『메가트렌드』(Megatrends),『메가트렌드 아시아』(Megatrends Asia)등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존 나이스빗이다.

그는 이러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기술 충격과 기술중독지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답변은 한마디로 '하이테크면 하이터치하게 된다' 로 요약된다.

좀더 풀어보면 인간의 삶에 CIT(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Technology)나 생명과학(Life Science) 등의 첨단기술이 적용되면 될수록 예술이나 종교, 혹은 대체약물 등에 몰입하는 하이터치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는 말이다.

이상 소개한 사람들과 그들의 저술에 몰입해 변화하는 세계의 단면을 들춰보는 것 또한 이 여름의 더위를 피해갈 수 있는 한 방안이 되지 않을까.

공성진 <한양대 교수.미래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