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모든 것'…신간 '뮤지컬'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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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세기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뮤지컬은 더 이상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한 국내 뮤지컬 산업은 '캐츠' 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오페라의 유령' 등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대작들을 거뜬히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 뮤지컬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도 주목받는다.

신간 『뮤지컬』은 뮤지컬의 본질을 규명하고 '왜 사람들이 뮤지컬에 열광하는가' , '뮤지컬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화답을 하고 있다. 뮤지컬 장르를 본격 예술의 의붓자식 쯤으로, 혹은 '엔터테인먼트(오락)' 쯤으로 폄하하려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고정관념은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신간은 작품 기획과 제작, 그리고 공연에 이르기까지 뮤지컬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학자.관객들의 학구적인 갈증을 너끈히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제작.공연의 모든 것' 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뮤지컬이 어떻게 만들어져 관객과 만나게 되는가 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은 '메이킹 필름' 같은 책이다. 책의 매력은 저자가 뮤지컬 제작현장에서 보고 느낀 쇼 비즈니스의 뒷 이야기와 세계적인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에피소드들을 경직되지 않은 문체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점이다.

뮤지컬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저자는 '플레이 닥터' (뮤지컬 제작에 참여해 작품을 고쳐주는 사람)로 다양한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극에 대한 탁월한 이론을 겸비한 그는 딱딱한 이론 대신 '42번가' '난센스' '에비타'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작품들을 예로 들었다. 뮤지컬 분류법에서부터 뮤지컬에 적합한 소재를 찾고 이를 대본화하는 기교, 곡의 운율에 밀착한 가사를 붙이는 법, 작품을 다듬기 위한 워크숍 진행에 관한 실무와 시연회, 공연 개막과 평가에 이르는 제작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들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팝송이라고 알고 있던 노래가 뮤지컬의 수록곡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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