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악의 연무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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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이 1998년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연무(煙霧)피해를 보고 있다.

자카르타 포스트.AFP 통신 등은 10일, 인도네시아의 삼림 밀집지역인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에서는 가시거리가 20m도 안돼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의 메단 등 주요 도시는 대낮에도 희뿌연 연기가 도시 전체를 덮고 있어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또 바람을 타고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온 연무로 인해 태국 남부 5개 주에서는 천식 등 호흡기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당국이 외출을 삼가도록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도 연무에 휩싸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연무도 진원지는 삼림이 밀집한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섬이다.

산불 등의 영향으로 위성사진상에 나타나는 '고온지대' (hotspot)는 지난 9일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만 3백66곳이 관측됐는데 이는 그만큼 산불이 확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98년의 연무로 93억달러(약 12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던 인도네시아는 이후 대농장(플랜테이션)과 대기업이 화전을 일구는 식으로 경지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연무가 다소 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데다 전국적으로 영세 농민에 의해 화전행위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무사태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산림부는 화전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일부 지역에 특별예산을 배정하고 1천4억루피아(약 1백50억원)를 화전금지와 예방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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