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주부의 추어탕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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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오는 16일은 초복(初伏).

결혼 10년차인 김유경(36.서울 노원구 상계동)주부는 아직 복(伏)더위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벌써 입맛을 잃고 허덕이는 남편과 아이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 때 얼마전 시댁 식구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남편.아이들과 콧등에 땀을 훔치며 먹던 음식이 떠올랐다. 바로 추어탕.

그러나 김씨는 정작 추어탕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무척 난감했다. 미끈거리는 미꾸라지를 어떻게 조리할 지 걱정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요리 메뉴도 한가지 늘릴 겸 그 식당에 물어 추어탕을 재연해보기로 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남원추어탕' 여주인 박정숙(40)씨는 김씨의 부탁 전화에 흔쾌히 응하며 식당이 한가한 시간에 직접 방문하라고 답해줬다.

김씨가 들어서자마자 박씨의 추어탕 예찬론이 펼쳐졌다. 박씨는 "추어탕은 워낙 영양성이 뛰어나 사시사철 보양식으로 인기" 라고 말했다.

박씨네 남원추어탕의 맛내기 비결은 국물을 육수 대신 들깨물로 내고, 재래식 된장을 풀어 고소하게 끓이는 것. 여기에 박씨는 "값이 비싸더라도 반드시 국내산 미꾸라지와 들깨를 써야 제맛이 난다" 고 강조한다.

이어 만드는 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탕을 끓일 때 불이 세면 끓어 넘치거나 밑부분이 타므로 가끔 저어주고 불의 세기를 잘 조절해 줄 것" 도 당부했다.

가스불 앞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추어탕을 젓던 김씨는 "복더위엔 나도 불 앞에 나서기 두렵지만 가족을 위해 더위와 맞승부한다는 자세로 배우고 있다" 며 "주말에 시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을 초대해 추어탕 솜씨를 뽐낼 계획" 이라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남원 추어탕'따라 만들기>

▶재료=미꾸라지 6백g,생들깨 1백g,열무청 1단,풋배추 5잎,재래식 된장 1큰술,마른 통고추 5개,고춧가루 1큰술,다진 마늘 3큰술,다진 생강 1큰술,파 1뿌리,풋고추·후춧가루·초핏가루·소금 약간씩

▶따라 하기=산 미꾸라지에 소금을 쳐서 30분가량 뚜껑을 덮어둔 뒤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깨끗이 문질러 씻은 다음 물 세 대접을 붓고 20분동안 삶는다. 생들깨에 물 두 컵을 붓고 믹서기에 갈아 큰 그릇으로 옮긴 뒤 물 일곱 대접을 부어 채에 걸르면서 들깨물을 만든다.

들깨물에 된장을 풀고 한바탕 끓인다. 삶은 미꾸라지를 소쿠리에 으깨면서 걸러내 남은 것은 버리고 살과 국물만 끓인 들깨물과 섞는다.마른 고추에 물을 부어 믹서기에 갈아 붓고,고춧가루·다진 마늘·다진 생강으로 양념을 한 후 다시 끓인다. 탕이 끓으면 중불로 10분,약한불로 20분 더 끓인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

대접에 탕을 나눠 담고 잘게 썬 대파와 후춧가루·초핏가루·다진 마늘 등을 함께 내 식성에 따라 넣어 먹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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