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이수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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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요령엔 무엇이 있을까.

먼저 물을 이용해달라고 권하고 싶다. 물은 우리 주위 물질 가운데 가장 비열(比熱)이 높아 단위 그램당 가장 많은 열량을 빼앗아간다.

체열을 식히긴 물이 안성맞춤인 셈이다. 더울수록 물을 자주 마시고 샤워를 통해 피부도 적셔주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떠올리지만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더위와 싸운다는 정신력의 고취엔 도움이 되겠지만 의학적으론 난센스다. 더울 때 일부러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사우나에 가는 것은 체열 손실을 가중시켜 오히려 탈진과 피로를 조장한다.

더위는 물로 다스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수치열(以水治熱)이 옳다.

둘째,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듯 물엔 전해질(電解質)의 보충이 필수적이다. 맹물만 많이 마시면 콩팥으로 과도한 수분이 빠져나가 물을 많이 마심에도 불구하고 몸은 탈수에 빠질 수 있다.

전해질은 물을 체내에 붙들어 매는 작용을 하며 땀의 손실로 인한 염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러 소금을 먹을 필요는 없다. 평소보다 조금 짜게 음식을 조리해 먹는다면 충분할 것이다.

셋째, 단백질의 보충이다. 단백질은 신진대사를 촉매하는 효소와 힘을 발휘하는 근육의 원료물질이다. 더울수록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의 섭취가 권장된다.

고기 종류를 가릴 필요는 없다. 다만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단백질은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바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비타민 섭취를 강조하고 싶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비타민은 연료가 엔진 속에서 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비 향상제의 역할을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음식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신진대사가 더욱 가속화된다.

더운 지방의 사람이 빨리 늙고 평균수명이 짧은 것도 같은 이치다. 더울수록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음식으로 부족하다면 시판 중인 종합비타민제 한두 알을 매일 복용하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요령이라 할 수 있다.

홍혜걸 기자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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