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행정수도 연착륙 방안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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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안남영 사회부 기자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결정 이후 충청권에는 영일이 없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회의다, 집회다, 발족식이다, 뭐다 해가며 열리는 현장은 으레 헌재와 정치권에 대한 성토장이 된다. 특히 헌재와 야당,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험한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단체장들도, 의원들도 나서서 끈질긴 대정부 시위의 필요성을 주저없이 역설하고 나서는 판이다. 모두가 신행정수도라는 호랑이 등에 탄 격이다.

위헌결정이 내려진 이래 8일까지 규탄집회가 12차례 열렸다. 또 충청권 시.도지사가 3차례 회동한 것을 비롯해 토론회, 결성식, 기자회견, 공동선언 등 이 지역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공식행사만도 30차례에 가깝다. 앞으로도 서명운동, '신행정수도사수대회' 등 여론몰이 기세가 전혀 꺾일 기미가 없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위헌결정 불복운동이고 중단없는 새 수도 건설 요구로 요약된다.

집회는 점점 공세적이다. 관습헌법, 일부 언론, 야당에 대한 화형식이나 삭발은 보통이고 고속도로 점거시도에 상경시위도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지난 4일 모인 시.도지사들은 "집회는 민간단체나 의회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큰틀에서 협의하겠다"고 말해 지원 용의도 내비쳤다. 한나라당 소속 한 광역의원 중 "'민중봉기라도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이런 기류 저변에는 모두가 신행정수도 건설 외에 행정특별시, 대학도시 등 대안은 수용 못하겠다는 결연함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도 말했듯이 공론화조차 쉽지 않겠지만 설사 실시하더라도 한 쪽의 '사활을 건 막무가내식' 분위기로는 더욱 심한 국론분열을 가져오고 결과승복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충북인 중에도 40%는 헌재 결정을 수긍할 정도여서 한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균형발전과 분권의 당위성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때문에 새 수도 건설이 필요한 것임을 모르는 이 또한 없다. 다만 이런 극한 대립 구도 속에 새 수도가 건설되면 그 때도 대한민국이 여전히 하나일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신행정수도의 연착륙을 생각할 때다.

안남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