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해진 평양 '농민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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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평양시내에 농민시장 12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9일 최근 탈북자 증언을 인용, "평양의 농민시장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제가 심해 쌀.옥수수 등 농산물이나 개인이 직접 만든 생활필수품 등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농민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북한 농업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농민시장 수가 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1984년 정무원(현 내각) 지시로 시.군.구역 단위로 한두개 혹은 서너개의 농민시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농민시장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것은 내각 인민보안성이 지난해 4월 농민시장 출입자를 55세 이상 부녀자로 제한하고, 거래물품 통제를 강화하는 포고령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민시장은 당초 협동농장이나 소속 농민이 부업으로 생산한 농산물.축산물 중에서 자신이 소비하고 남은 일부를 주민에게 파는 장소였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생필품.식료품 공급의 절대부족이라는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 암거래 장소로 변했다. 북한당국은 농민시장의 이러한 성격 변화를 묵인하다가 지난해부터 통제강화로 돌아선 것이다.

지금은 농민시장이 내각 상업성 산하의 '농민시장 관리소' 에 의해 관리될 뿐 아니라 인민보안성에서도 관리가 파견되는 등 이중통제 아래 놓여 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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