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전문가 척 다운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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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

미 의회 보좌관들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워싱턴의 북한전문가 척 다운스(51.사진)는 '북한 불변론(不變論)' 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1990년 중반부터 체제붕괴 위기에 몰린 평양이 외부의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에서 나온 것이라고 깎아내린다.

미 국방부와 의회에서 20년 넘게 북한을 다뤄온 그는 '북한의 협상전술' 등 평양의 협상 행태를 분석한 책을 저술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북한이 최근 대포동 미사일 엔진 테스트를 실시한 의도는.

"북한의 전통적인 협상전술이 시작된 것이다. 평양은 1단계에서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 다음 2단계로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한 다음 자신의 이익과 상대방의 양보를 강도 높게 요구해 최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번 조치도 협상에 앞서 워싱턴을 겨냥해 최대한 강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준비작업이다. "

-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10월의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무시하는 것에 대해 평양측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에 와서 발표한 공동코뮈니케는 실질적인 내용물이 부족하고 구체성이 없는 문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조명록의 방미를 계기로 평양이 워싱턴만 상대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서울은 뒷전으로 밀렸고 남북대화는 중단됐다.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려는 평양의 전략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

- 부시 행정부가 구상 중인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검증수단은.

"클린턴 때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엄격한 검증을 강조한다. 따라서 인공위성 같은 한가지 검증수단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는 인공위성은 물론 조기 경계시스템, 샘플 채취와 현지사찰을 병행 실시하려 할 공산이 크다. "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나.

"金위원장은 서울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서울 답방을 약속한 것은 서울로부터 보다 많은 선물과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의 일환일 뿐이다. 평양은 아마 온갖 꼬투리를 잡아 답방 약속을 무산시키려 할 것이다. 그가 서울에 오려면 엄청난 선물과 거국적 환영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불가능하지 않은가. "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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