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미협 미술대전 개선책 누가 믿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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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지난달 한국미술협회(미협)의 전현직 간부 등 25명이 미술대전과 관련한 비리문제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미술계 안팎의 시각은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는 것이다.

미협은 지난 2일 이사장단 명의로 사과성명을 내고 "미술계 명망인사.기자.평론가.미술행정가 등을 위원으로 하는 미술대전 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 는 개선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이사들이 비리의 주체인데 이사장단 명의의 성명을 누가 믿겠느냐" "고질적인 병폐가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느냐" "미술대전을 폐지하거나 운영을 제3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 는 반응이다.

경찰청이 적발한 비리는 미협의 18대 집행부 때의 것이고 올 초에 출범한 19대 집행부 때의 것으로는 문인화대전밖에 없다. 그런데도 현 집행부에 대해 이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지난 5월 열린 제20회 미술대전도 '나눠먹기' 였다는 시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근거는 이렇다. 대상 수상자는 올 초의 미협 이사장 선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모(홍익대)교수의 조교출신이다.

동양화 부문 우수상 수상자는 현 이사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거쳐 미협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차모(수원대)교수의 제자로 현재 대학원생이다. 서양화 부문 우수상은 거물 심사위원 장모(한남대)교수의 조교 출신이 수상했다. 미술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판화 부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뻔 했으나 '작품이 너무 약하다' 는 집행부의 지적으로 마지막에 바뀌었다" 고 전했다.

한 미술평론가는 "미술협회의 대표적 이권이 미술대전의 운영" 이라고 전제하고 "그렇다고 미술대전을 폐지하면 돈 써가며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없어지고 결국 미술협회 자체의 존속이 어려워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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