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아시아 순방 '남 · 북 · 미' 의미있는 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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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는 7월 하순으로 발표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내용에 따라 남북한, 북.미, 한.미관계라는 삼각구도에서 의미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는 27~28일 한국을 방문하며 이에 앞서 23~26일 하노이에서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그는 서울방문에서 대북문제를 둘러싼 한.미관계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달 6일 대화재개를 제안하기는 했지만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권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대북대화를 중단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노선을 달리했다. 파월은 그 정권의 핵심인사이자 외교사령탑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대통령.국방장관 그리고 두명의 외무장관이 워싱턴을 찾았다. 파월(7월)-부시(10월)로 이어지는 미 정권수뇌부의 방한은 핵심 동맹국에 대한 '답방의 예의' 로 해석될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파월의 방한은 남북한 관계와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대북 강경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만약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 등을 통해 북.미협상의 가속화와 남북대화 지지의사를 강하게 표명하면 이는 북한이 북.미대화에 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길게 봐서 미국의 유화 제스처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시와 별도로 파월 장관이 金대통령 면담, 한.미 외무장관 회동 등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 전력과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주요 현안에 어떤 시각을 보이느냐도 중요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보다 파월 장관이 대북대화에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다가올 유인책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하지만 대북협상 초기인 만큼 협상을 주도하려는 뜻에서 그가 의제나 미국의 입장에 대해 원칙을 재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파월의 방한은 상징적인 상견례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

하노이에서 북.미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이는 부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비록 白외무상이 대미교섭 실권은 별로 없지만 부시 정권의 대화제안과 의제 등에 관한 북한의 종합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에는 자격이 충분하다. 지난해에 열린 아세안지역 포럼이라는 같은 무대에서는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白외무상이 사상 처음으로 북.미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으며 이는 양국간 대화진전에 도움이 됐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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