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화 절상 초읽기 … 치밀한 대비책 세워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보고서 발표를 미뤘다. 중국도 이에 화답해 강경 입장을 풀고 위안화 절상에 나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오는 12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참가 이전에 위안화 갈등을 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미·중은 물론 전 세계에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경제의 불균형 완화를 위해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한 조치다. 나홀로 수출을 늘리려고 중국이 언제까지 위안화의 인위적인 저평가를 고집할 수 없다. 질서 있는 위안화 절상은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추정치)은 12~13%로,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여전히 통제 가능한 범위라고 우기지만 부동산과 생필품 가격만 놓고 보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해 경제안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훌륭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5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3년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12%나 점진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중국 경제는 순항했 다. 이번에도 질서 있는 위안화 재평가는 중국 경제에 극약(劇藥)이 아니라 보약(補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현실화시켜야 중국은 환율 쇼크를 피해갈 수 있다.

위안화 절상이 가시권(可視圈)에 접어들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갈등은 이제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당장 절상 방식과 절상 폭을 둘러싼 제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빠른 속도로, 큰 폭의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매파들은 이번 기회에 중국이 달러 연동제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소폭 절상한 뒤 현재 0.5% 이내로 묶어놓은 하루 환율변동폭을 점차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교역국이다. 위안화 재평가는 당연히 한국 경제에 큰 파장을 예고한다. 단기적으로 대중(對中)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길게 보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원화 가치도 동반 절상 압력에 노출될 게 분명하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우리로선 위안화의 질서 있는 재평가가 최선이다. G20 의장국으로서 점진적인 절상이 이뤄지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업종별로 위안화 재평가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예상보다 빨리 위안화 절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