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판 워크아웃 신청…금융위기 이후 송도 개발사업 꼬이며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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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자판)가 7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예상했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증시에서는 대우자판이 이달에 만기 도래하는 250억원의 기업어음(CP)을 포함해 700억원의 채권 중 상당액을 결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해 왔다. 대우자판 주가도 연초 대비 70% 이상 급락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채권 금융회사들은 생각이 제각각이다.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일부 금융회사는 워크아웃에 반대 입장이다.

대우자판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캐피탈 등의 비핵심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천 송도 개발사업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자동차 판매가 78%, ‘이안’이란 브랜드의 아파트 건설 사업 등 건설 부문이 22%였다.

◆왜 워크아웃 신청했나=대우자판은 2007년부터 인천 연수구 동춘동 및 옥련동 일대 53만8600㎡(약 16만 평)에 쇼핑몰과 문화시설·학교 등을 포함한 3800여 가구의 주거복합단지(파인시티)를 조성하는 송도 신도시 프로젝트에 주력해 왔다. 송도 개발사업은 대우그룹이 건재하던 1998년 그룹 본사 이전을 전제로 추진돼온 것이다.

이 회사는 송도 부지를 특수목적회사(SPC)에 현물 출자하는 대신 일정 지분을 받고, 지분을 초과하는 땅값 역시 현금으로 받는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했지만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에 몰리게 됐다.

대우자판은 송도 부지가 시가 기준으로 1조5000억원 정도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송도개발 SPC가 올 9월 착공과 동시에 주택 분양에 들어가 2013년 완공할 계획”이라며 “송도개발 사업만 풀리면 자금난은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자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부문과 건설부문을 쪼개는 회사 분할을 추진했으나 1조3000억원의 부채를 나누지 못해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469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자금난이 가중됐다.

지난달에는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GM대우의 차량 판매권을 박탈당하면서 결정적인 고비를 맞았다. 차량 판매대금을 제때 입금하지 못한 데다 차량 대금으로 부동산 관련 사업에 쓴 것을 GM대우가 알고,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KB증권 신정관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대우자판이 본업인 자동차 판매 대신 불확실성이 큰 부동산 개발에 주력하다 워크아웃에 몰렸다”며 “수입차만 남은 자동차 판매 부분은 내용이 건실해 건설 부문만 정리가 잘되면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대우자판의 계열사인 MMSK가 미쓰비시 신차를 발표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대우자판은 2002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이라는 시련을 겪게 됐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결정이 내려지면 대우자판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자동차 판매부분을 중심으로 회생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매출은 2000억원, 올해는 28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15년엔 이 분야에서 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미쓰비시 차량 판매도 최근 살아나고 있다. 원화 강세로 가격인하 요인이 생기 것이다. 전 차종에 걸쳐 가격을 300만∼500만원 인하하면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종렬 자동차 사업본부장은 “수입차 판매 부문에서 이익이 나고 있어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자동차 판매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쓰비시 신차의 인테리어와 품질이 좋아져 올해 2000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이종찬 기자

◆대우자동차판매=1993년 대우자동차㈜에서 판매부문이 분리돼 세워진 국내 최초의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 계열사로 아우디·폴크스바겐·크라이슬러 등 6개의 수입차 브랜드 딜러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은 1500여 명이다. 이 회사 이동호 사장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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