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11년 기다렸다, 이 꽉 문 한유미 고비마다 펑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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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17일 현대건설의 여자프로배구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한유미(28)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11년차 베테랑이었지만 줄곧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감정이 북받쳤다.

그는 “실업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우승이 정말 어렵더라”며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면 정말 눈물이 많이 날 것 같다”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우승을 향한 한유미의 마음은 그만큼 간절했다.

현대건설이 7일 수원에서 열린 KT&G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16점을 올린 한유미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한유미는 노련했고 승부처에서 강했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팀의 첫 득점을 성공시키며 KT&G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KT&G는 리시브가 약한 그를 노리고 서브를 날렸지만 한유미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4-19에서는 깔끔한 퀵 오픈을 성공시키며 세트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4세트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것도 그였다. 접전을 벌이던 22-22에서 퀵 오픈을 상대 코트에 꽂으며 팀의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한유미는 “정규시즌 막판 부진했을 때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챔프전에서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렸다.

그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준우승에 머문 것을 잘 안다. 오늘보다 내일(2차전)이 중요하다. 내일 이긴다면 우승에 70% 정도 다가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방심을 경계했다. 두 팀의 챔피언 결정 2차전은 8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수원=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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