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동산 굴착기 기사 "아가동산 시체 내가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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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도(信徒)살해 의혹으로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가동산 사건' 에 개입했던 한 신도가 숨진 동료 여신도를 직접 매장했다고 주장,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아가동산 굴착기 기사 尹모(48)씨는 3일 "1988년 11월 아가동산 대표 金모(61.여)씨의 지시로 신도 강미경(당시 21세.여)씨의 시체를 아가동산 내 뽕나무 밭에 묻었다" 고 말했다.

尹씨는 폭로 동기에 대해 "최근 대표 金씨가 보석금 57억원을 내고 가석방된 뒤에도 신도들을 구타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는 데다 자신의 일가만 호의호식하는 등 믿음이 깨져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尹씨 등 주민 30여명은 이날 오전 굴착기를 동원, 시체매장 지점을 발굴하려 했으나 대표 金씨의 측근들이 이를 제지하는 바람에 무산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3일 이천경찰서가 신청한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의 아가동산 내 일부 지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천경찰서는 4일 오전 아가동산 주민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발굴작업을 벌인다.

아가동산 사건은 대표 金씨 등이 신도 세명을 구타,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고 일부 신도들이 수사기관에 진정해 96년 대표 金씨가 살인.탈세 등 혐의로 구속된 사건. 이후 대표 金씨는 尹씨가 매장사실 등을 부인함에 따라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었다.

이천=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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