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인수 · 합병된 임직원들 '영어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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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국내회사가 외국기업에 인수.합병됐을 때 조직원에게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은 언어다.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이 각종 회의 진행과 보고서 작성을 영어로 하다보니 영어실력이 달리는 임직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지난해 9월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해 만든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조차 머리를 쥐어짜게 되니 힘든 게 사실" 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적응하려고 애쓴다" 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직원들이 영어구사 능력을 키우도록 앞으로 6개월 동안 임원 15명을 포함, 총 4백24명을 교육하기로 했다. 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인수한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 출신 임원들은 서양식 임원회의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삼성중공업 시절 보고자료는 기획실 직원들이 작성했다. 회의 때엔 실무 직원 2~3명이 배석해 사소한 수치를 대신 보고했다.

그러나 피인수 후엔 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본사에서 파견나온 사장부터 파워포인트(브리핑용 소프트웨어)로 자료를 직접 만들어 회의를 주재했다. 부하 직원은 배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임원들이 파워포인트를 배우고 상세한 수치를 파악해야 하는 등 갈등과 고민이 많았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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