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이현장] "매향리 소음 여주로 옮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여주군 능서면 백석리 주민 1만여명과 환경단체들은 인근 공군 사격장에서 나오는 소음·진동으로 주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화성 매향리 미공군 쿠니사격장에 대한 폭격훈련이 제한받자 당국이 훈련 장소를 이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곧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송을 낼 방침이다.

35만평 규모의 이 공군사격장은 1957년 3월 주한미군이 조성해 사용하다 61년 국방부가 인수,지금까지 공군이 사용하고 있다.그러나 2년 전부터 폭격 및 사격훈련이 크게 늘어 나면서 이 지역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주민피해 및 반발=사격장은 주말과 눈비가 내리는 날을 제외하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엔 9시까지 야간 사격훈련을 하기 일쑤다.

이곳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은 굉음으로 TV시청 ·라디오 청취 ·전화통화 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90년 8월 姜모(당시 19)양이,지난 81년 9월 許모(당시 41)씨가 사격장에서 날아든 유탄과 오발사고로 숨지는 등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동으로 주택 곳곳이 갈라지고 기왓장이 어긋나는가 하면 가축들이 유탄에 맞아 폐사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능북 ·대신초교와 창명여자 중 ·고교 등 주변 7개교 학생들의 경우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지만 소음이 극심해 창문을 열지 못한 채 수업을 받고 있다.

사격장 인근 주민들은 지난 4월 27일 ‘여주 공군사격장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金基洙 ·36 ·농업)’를 결성했다.

이어 지난달 5일 사격장 폐쇄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이들은 서명운동을 마치는 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공군부대 입장=법적인 보상 절차만 마련되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부대측은 “상부에서 소음 경감대책은 물론 사고방지를 위한 시설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