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골프장 신설 붐… 회원권 가격 1천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북한에 골프장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에 따르면 1990년 이전 북한에는 골프장이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남포시 용강군에 위치한 '평양 골프클럽' 이다. 재일조총련 상공인들의 지원으로 착공된 이 골프장은 36만여평의 부지에 13만5천평의 페어웨이와 7㎞의 골프 코스를 갖춘 18홀 규모다.

그러다 평양시 양각도와 남포 근처 와우도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세워졌고, 지난해 3월부터 모란봉 유원지와 함북 나선시에 골프장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원지 확장 공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모란봉 골프장은 기초공사가 끝난 상태다. 나선시의 골프장 규모는 1백98만3천4백㎡ 규모다.

평양에는 골프연습장도 있다. 90년 8월에 개장한 이 골프연습장은 조총련계 상공인들이 출자한 칠성합영회사가 운영하며, 부지면적 6만㎡에 30타석을 갖추고 있다. 조총련 상공인을 중심으로 골프협회도 결성돼 있으며, 평양골프장의 회원권은 1백만엔(약 1천만원)이다. 그린피는 회원일 경우 1회 3천엔(3만원), 비회원은 1만엔(10만원)선이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골프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위원장이 86년 5월 '체육을 대중화하며 체육기술을 빨리 발전시킬 데 대하여' 란 담화를 발표한 이래 골프.볼링 등 자본주의 색채가 강한 스포츠가 소개되는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98년에는 일본에서 골프강사가 초빙됐는가 하면 골프장용 잔디 '평양1호' 가 개발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이 골프 용어에 대해 탄력적인 입장을 취하는 점도 흥미롭다. 북한은 그린.클럽.벙커.홀 대신에 정착지.채.모래웅덩이.구멍 등의 용어를 각각 써왔으나 국제공용어 사용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