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서방지도자와의 밀약' 공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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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밀로셰비치의 입을 주목하라. " 코소보 내전 당시의 양민 대량 학살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 헤이그 유고 전범재판소(ICTY)에 전격 인도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유고 연방정부와 세르비아 정부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3일 헤이그 법정에 처음 서게 되는 밀로셰비치가 서방국 지도자들과의 밀약을 폭로하는 등의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서방국의 관련 지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 밀약 폭로설=밀로셰비치는 자신이 전범 재판소의 피고가 된 것을 "서방의 정치 서커스에 놀아난 것" 이라고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서방 지도자들과 10여년 동안 맺어온 밀약 등을 폭로해 보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밀로셰비치의 복수는 ICTY 재판정에서 이뤄질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서방지도자가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지는 등 큰 파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선데이 텔레그래프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10여명의 측근으로 구성된 밀로셰비치 변호인단은 밀로셰비치가 보스니아 내전.코소보 내전을 치를 때 무력 사용 여부 등에 관해 영국.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암묵적 지지를 받았음을 폭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일단 1차 폭로대상은 세르비아 통신회사의 민영화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밀로셰비치와 비밀 회동을 했던 더글러스 허드 등 영국의 전 외무장관 세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유엔 인질 3백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나토의 세르비아 공습에 반대하겠다는 밀약을 했던 프랑스 출신 전 유엔군 사령관 베르나르 장비에르 장관이 거명된다.

◇ 유고 정정 불안=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과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정 불안도 가속되고 있다. 코슈투니차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밀로셰비치의 신병 인도에 반대해 왔었다.

그런데 진지치 총리가 치밀한 사전 계획으로 밀로셰비치를 ICTY로 전격 이송하자 극도로 감정이 상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밀로셰비치 지지자 수만명이 이번주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

◇ 재판 전망=클로드 조르다 ICT

Y 재판장은 지난달 30일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8~12개월 동안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며, 재판 기간은 1년여간 이어질 것" 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의 수사 및 재판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구체적 증거 수집이 어려웠던 점에 비춰 증거조사 등에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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