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수가족, 남북관계 불똥 튈라" 정부도 신속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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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정부는 장길수군 일가족이 29일 싱가포르를 경유해 필리핀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1월 탈북자 7명의 강제북송 이후 구성한 '한.중 차관보급 핫라인' 등을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가동시켜 중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신속 처리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장군 일가족 처리문제가 장기화되면 북한을 자극하는 등 남북관계에 전혀 득(得)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장군 일가족이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북한의 인권상황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성명을 발표한 것도 우리 정부에 부담을 주어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가속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제3국으로 필리핀을 선정했다는 방침을 통보받자 정부는 즉각 필리핀과 접촉해 협조를 부탁했다. 필리핀은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서울에 오기 전 한달여간 체류한 적이 있다.

당시 黃씨가 머무르는 동안 경호와 보안상태가 잘 이뤄졌던 점과 필리핀과 대사급 외교관계는 맺었으나 북한 공관이 없는 점 등이 한.중 정부가 제3국으로 필리핀을 택한 이유로 알려졌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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