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상품수지·무역수지 왜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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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억6000만 달러 적자냐, 13억8000만 달러 흑자냐.

지난 1월의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이렇게도 다른 수치를 보였다. 무역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상품수지는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2월엔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모두 흑자였지만 규모는 달랐다. 무역수지 흑자폭은 23억3000만 달러였지만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5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기본적으로 수출입 차이 통계다. 서비스나 자본거래를 제외하고 상품에 국한해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따진다는 면에서 두 수지는 같다. 하지만 발표되는 통계치를 보면 항상 다르다.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이다. 세관의 검사를 거쳐서 수출 또는 수입이 허가되면 수출입 집계에 포함된다.

이에 비해 상품수지는 인도 기준이다. 통관을 한 다음 수입업자에게 물품이 전달돼야만 수출입 통계에 포함된다. 보통의 상품은 통관과 함께 인도되기 때문에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차이가 없다.

문제는 선박이다. 선박은 통관 이후에 주문업자에게 인도하는 데 2주~2개월 정도 걸린다. 만약 통관을 20일쯤 했는데 인도가 다음 달 10일이라면 무역수지에는 선박의 수출입액이 잡히지만 상품수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다음 달에는 이 선박 대금이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지만 상품수지에는 잡힌다.

지난해 12월 수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출하기 위해 통관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선박의 인도는 올 1월 이뤄졌다. 지난 1월 무역수지는 적자였는데 상품수지가 흑자가 된 이유다. 상품수지상에 이 선박 대금이 수출액에 잡히면서 흑자가 된 것이다. 결국 무역수지를 속보치로, 상품수지를 확정치로 보면 된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를 산출할 때는 가격 책정 방식도 다르다. 무역수지는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CIF)이다. 상품 가격에다 운임과 보험료를 포함한 전체 가격으로 수출입액을 따진다. 상품수지는 본선 인도 가격(FOB)으로 계산한다. 운임과 보험료를 빼고 물건값으로만 수출입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같은 상품이라도 무역수지 방식으로 계산할 때 가격이 상품수지 방식보다 비싸진다. 무역수지는 지식경제부가 매월 1일 잠정치를, 관세청이 15일 확정치를 발표한다. 상품수지는 한국은행이 매월 말 확정치를 발표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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