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관리법' 제정놓고 시끌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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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동이 온통 시끌벅적하다.

정부가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낙동강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려 하자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안동지역 1백27개 시민단체는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이 심의에 오르자 '경북지역 생존권확보 범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정우스님)를 구성하고 반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여기에 영주 ·청송 ·영양 등 인근 10개 시 ·군 시민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주민 반발과 배경=지난 18일 안동 등 경북 11개 시 ·군 시민단체 대표와 주민 1천4백여명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상경시위를 벌였다.낙동강 물관리법의 부당성을 알리고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모두 네차례에 걸쳐 국회와 정당을 방문하는 등 필사적으로 법 통과 저지에 나서고 있다.

반발은 법 자체의 문제점에다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정서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책위 박장동(40)집행위원은 "안동댐과 임하댐 건설로 농경지가 수몰되고 일조시간이 단축돼 각종 피해가 엄청나다"고 말했다.특히 안동댐 지역 1백82㎢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소외지역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24일 안동에서 만난 모 약사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지만 물 관리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런 저런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면 안동은 희망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색만 내는 지원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성진(40 ·송하동)안동시의원은 "법 제정은 필요하다"며 "다만 '규제'만 있고 '지원'이 빠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강 ·영산강 등 다른 지역보다 넓은 수변구역,하천 인접지역의 비료 ·농약사용 제한 등은 상수원 인근에서 축산 ·영농을 사실상 어렵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동농민회 장휘수(37)사무국장은 "법이 제정되면 농사짓기도 어렵지만 상수원 인근의 땅값이 크게 떨어져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이 궐기해 안동댐 방류중단,임하댐 도수로 물 공급 중단,학생 등교거부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의 입장=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입장 밝히기를 난처해 하고 있다.도정(道政)만 생각하면 안동 정서에 백번 동의하지만,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일인 데다 부산시민의 상수도 문제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경북도는 그동안 정부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 입장을 반영해왔다.그 과정에서 부산지역 제안의 수위를 낮추는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특별법은 제정하되 규제는 점진적이어야 하며 피해가 발생하는 상류엔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강과 비교하면 낙동강은 하류의 경제사정은 서울만 못하고 상류의 규제는 한강보다 더 엄격한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경북지역 시장 ·군수협의회도 21일 경산시청에서 모임을 갖고 물관리법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경부 ·국회=환경부 관계자는 "하수처리장 등의 건설비 지원이 늘어나고 지역에 따라 오염총량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며 "반드시 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물관리법 제정에 반대해 어려움이 있다"며 "다음 임시회때 한나라당과 협의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송의호 ·홍권삼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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