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겁게" 공정위 과징금 적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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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정거래위가 언론사에 2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과징금 산정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매출액이 수백배나 많은 재벌 그룹 수준으로 과징금이 매겨진 데다 언론업계의 고유한 제작 관행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언론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 "재벌보다 세게 적용" =공정위는 부당 지원액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산출한다. 부당 지원의 강도와 기간에 따라 A부터 D까지 네 등급으로 나눈 뒤 A는 부당 지원액의 70%, B는 40%, C는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D는 부당 지원 행위로 인정은 되지만 혐의가 약해 과징금 없이 경고만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어음을 싸게 매입했거나 특수 관계인에게 비상장 주식을 싸게 판 행위, 인쇄비를 직접 지원한 것 등이 A로 간주됐다. 계열사에 사무실을 싸게 빌려준 것은 B, 무료로 계열사의 광고를 해준 것 등은 C로 평가됐다. 이번에 D등급 판정은 하나밖에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언론사에 대해 30대 기업집단에 매긴 과징금 부과와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난해 30대 그룹에 매긴 과징금과 따져 보면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공정위는 ▶6대 이하 7개 그룹에 대해선 부당 지원이 인정된 4백99억원의 34%인 1백73억원을▶4대 그룹은 부당 지원 1천2백62억원의 35%인 4백42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반면 언론사에 대해선 부당 지원 혐의 금액 5백10억원의 47%에 해당하는 2백42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재벌보다 언론사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 조사 대상 기간도 길어=중소기업 규모에 불과한 언론사의 부당 지원이 많이 적발된 것은 공정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기간이 길었던 탓도 있다. 공정위는 부당 지원 행위 금지가 공정거래법에 포함된 1997년 4월 1일 이후 4년치를 조사했다.

몇년 전 행위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가혹하다는 신문업계의 의견에 대해 공정위는 '법이 금지한 이후 이뤄진 부당 지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는 입장이다. 지난해 6대 이하 7개 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선 98년 1월 이후분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새로 30대 그룹에 편입되는 기업이나, 공정위가 처음 부당 내부거래 조사 대상으로 삼는 기업은 모두 97년 4월 이후의 부당 지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시효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우 부산동의대 교수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해도 나중에 조사받는 기업일수록 조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법을 소급적용해 처벌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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