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의 선택] 3. 한반도 정책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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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돼 미국 내 여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미국이 이라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북한은 이미 6~8개의 핵무기를 생산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맹공했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부시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지에 대해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선임연구원은 "이라크의 경우 내년 1월 정부 선거가 끝나고 나면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고 이란 핵문제는 부시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대신 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유럽 국가들을 동원해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결국 북핵이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는 국내외에서 당면한 해결과제가 많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북핵 문제에 서둘러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경우이건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존스홉킨스대의 돈 오버도퍼 교수는 "현재로선 북핵 문제에 대한 다른 어떤 대안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 6자회담 재개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중 간의 관계가 좀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데릭 미첼 연구원은 "부시 2기에도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겠지만 대만과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양국의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6자회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첼 연구원은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 맡겨둘 수도 있다"면서 "체니 부통령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아니면 대북 고립작전을 펴 내부 붕괴를 유도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의 1기 때는 대북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강경파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

부시 대통령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새롭게 구성할 외교안보 팀에 강경파와 온건파 중 누가 등용되느냐는 것도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은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핵폐기 원칙(CVID)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북한에 외교적 압력을 가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은 지난 6월의 3차 6자회담 때 구체적 제안들을 내놓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직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발비나 황 연구원은 "6자회담으로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미국은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겨 대북 제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군사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은 "북한이 핵실험 등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어도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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