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창작 산실 '봉산산방' 2005년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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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이 1970년부터 30년간 창작의 산실로 삼았던 서울 남현동 2층 양옥집 봉산산방(蓬蒜山房)의 복원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리모델링을 거쳐 하반기에 일반에 개방될 전망이다. 봉산산방은 미당 타계 후 빈 집으로 방치돼오다 지난해 말 건축업자에게 팔리면서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의 김원(61)대표는 5일 "폐가 상태인 봉산산방 복원을 위한 기본설계를 지난달 마치고 총 7억원 규모의 복원안을 관악구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광장은 2001년 미당의 고향인 전북 고창 질마재에 문을 연 미당 시문학관을 설계했던 곳. 김 대표에 따르면 복원되는 봉산산방은 미당이 집필에 몰두하다 잠시 외출이라도 한 양 실감나게 재현한다. 미당의 책상과 집필도구는 물론 부인 방옥숙(2000년 작고)여사의 옷장과 1층에 놓아두었던 피아노, 심지어 미당의 옷가지까지 고창 시문학관에서 가져와 생전과 똑같이 배치하겠다는 것이다.물론 유품들을 옮겨오기 위해서는 시문학관과 협의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25평 넓이의 지하층에는 유품 전시관과 북카페 등이 들어선다. 또 문턱 낮춘 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담장은 허물어버리고 마당 한쪽에는 장독대도 복원된다.

문제는 복원 비용. 광장 측의 복원 계획을 접수한 관악구청은 이달 중 서울시에 특별교부금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봉산산방을 사들이는 데 7억5000만원을 지출했었다. 이 때문에 복원 비용까지 지원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 관악구청은 지난 9월 문화관광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고창 시문학관 건립 지원과 중복되기 때문에 지원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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