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판교는 첨단단지로 육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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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건설교통부가 판교개발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를 적극 환영한다. 판교 지역은 지난 25년여 동안 개발제한구역에 준해 관리돼 온데다 형질변경 허가 및 건축허가 제한구역으로 고시돼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을 받아왔던 곳이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첨단 정보통신 도시로 육성한다는 당초의 계획안이 실종된 것 같아 아쉽다. 판교 지역은 수도권 내 첨단과학정보단지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로의 수월한 접근성.쾌적한 환경 등으로 생산기능과 연구 기능의 연계, 외국 지식노동력의 유입, 고급인력의 확보 측면에서 판교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지역에 주거단지를 개발해 또 하나의 베드타운을 조성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21세기는 지식.정보산업의 시대다.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식.정보산업 육성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는가.

대만은 1980년 초 수도 타이베이(臺北) 근교에 칭화(淸華)대와 연계한 과학산업단지를 조성했고, 말레이시아는 콸라룸푸르 주변의 신도시 두 곳에 엄청난 재원을 투입해 첨단산업단지인 MSC를 만들었다. 미국도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실리콘 밸리를 만들어 10년간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지역이나 수도권에 산재한 벤처업체들은 교통불편, 고가의 임대비용, 비좁은 공간, 초고속 통신망 등 인프라의 부족 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경영전략 차원에서 주거위주 개발계획을 첨단산업도시 위주의 계획으로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장흥순 <한국벤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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