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남성 정력, 그 실체는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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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한의사

강한 정력을 꿈꾸지 않는 남성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의지력과 자신감을 대변하기까지 하는 것이 바로 정력이다. 그런데 쓰이는 상황에 따라 이 정력이라는 간단한 한 마디가 내포하는 의미는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단순히 신체적 건강을 의미할 수도 성기능의 강약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말 많은 정력의 의미, 새롭게 정리해보도록 하자.

정력(精力)은 과연 뭘 말하는 것일까? 서로 전혀 다른 내용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넓은 의미로 쓰는지 좁은 의미로 쓰는지에 따라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넓은 의미의 정력이란 육체와 정신을 포괄하는 전신적인 활력(vitality)을 의미한다. 사람이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를 뜻한다. 광의의 정력이 세다는 것은, 즉 어떤 개인이 정력적(energetic)이라 한다면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남보다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연료통 자체가 큰 것이다.

좁은 의미의 정력은 성기능, 주로 남성의 성기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즉 협의의 정력이 세다는 것은 양적으로 좀 더 많은 성행위를 할 수 있거나, 질적으로 뛰어난 성행위를 통해 파트너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정력이 약하다는 것은 체력부족, 발기부전, 조루 등의 문제로 파트너를 만족시킬 만큼의 성행위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남성들이 정력을 얘기할 때 십중팔구는 협의의 정력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협의의 정력이 강하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된다는 의미이다. 첫째로 성욕이 왕성해야 하고, 둘째로 발기가 힘있게 이루어지고 충분히 오랜 시간 유지되어야 하며, 셋째로 파트너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도록 사정 시간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빠짐없이 갖춰지면 비로소 훌륭한 정력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광의의 정력은 곧 전신적인 건강 상태와 연결된다. 꼭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대사량을 유지함으로써 인체는 건강해지며 그만큼 정력적인 활동이 보장된다.

협의의 정력은 남성의 성반응을 좌우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발기와 사정에 관여하는 각종 혈관의 기능에 문제가 없으며, 음경해면체와 전립선 등 생식기 관련 조직이 건강할수록 강해진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대사량은 떨어지고 성 호르몬 분비가 적어지며 혈관의 기능도 약화되기 마련이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건강한 정력을 유지하면 좋겠지만, 노화에 의한 정력 감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왕성한 정력을 자랑해야 할 청장년층에서 정력이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라면 그 원인은 호르몬, 혈관, 대사량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전립선과 그 주변조직의 문제가 정력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불거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만성적인 전립선의 긴장이나 염증 등으로 전립선과 그 주변조직이 부어오르고 딱딱해진 경우, 발기에 관여하는 음경의 혈관이 압박을 받고 성신경이 불필요하게 자극되어 발기 강직도는 떨어지고 사정 통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전립선의 건강은 청장년층에게는 정력의 핵심적인 요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절륜한 정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선천적인 그릇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그릇에 내용물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는지는 개인의 의지와 행동에 달려있다. 꾸준한 운동과 금연·금주를 통해 호르몬, 혈관, 전립선의 건강을 유지한다면 그릇은 언제나 꽉 찬 상태로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타고난 그릇이 크다고 절제 없이 몸을 혹사시키다 보면 결국 그릇 곳곳에 구멍이 뚫려 내용물은 초라해지고 만다. 정력, 관리하기에 따라서 누구에게나 정력가의 길은 열려있는 셈이다.

한의사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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