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백화점에 서비스 교육 부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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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달 25일 예술의전당 김장실(55·사진) 사장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만났다.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두고서였다. 김 사장은 백화점의 고객관리법·유통전략 등을 예술의전당 직원에게 교육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현재 예술의전당이 “위기에 빠져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도 ‘지원’에 동의했다. 취임 100일을 맞아 본지와 만난 김 사장은 “관객·예술가 등 ‘고객’에 대한 예술의전당의 서비스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서비스 경영을 고려하는 이유는.

“예술의전당의 경쟁자는 여타 공연장이 아니다. 조금 과장해 민간 유통업체다. 기업들은 고객 만족도에 생사를 걸고 있다. 공연장의 고객은 관객과 예술가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작가가 전시를 마치면 지금은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술의전당 간부급 이상이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음악당을 이용하는 연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1988년 개관 이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에는 공연장이 별로 없어 항상 리드하는 위치에 있었다. 지방의 공연장에서 예술의전당을 보고 배우는 식이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예산을 많이 들이고 있다. 다른 공연장도 많이 발전했다. 현 시점에서 예술의전당이 다른 곳에서 못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의 변화 속도에 비해 예술의전당 발전 속도가 더뎠던 것도 인정한다. 이제 사회로부터 투자와 조언을 많이 받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430억의 예산은 예술의전당에 부족하다. 현재 진행하는 실내악 공연장 신설과 토월극장 개조에 350억원이 필요하다. 취임 이후 기업 운영자들을 만나 후원을 설득하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했을 정도다.”

-기업의 반응은 어땠나.

“예술의전당 브랜드 가치에 대한 호응이 있었다. 하지만 홍보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예술의전당은 드라마 등 방송제작에 배경으로 쓰고 싶다는 요청을 번번이 거절해왔다. 하지만 나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예술의전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예술의전당이 단순히 공연장·전시장이 아닌 한국의 상징적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문화와의 만남, 반발도 있겠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호주 시드니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온다. 공연장은 관광지다. 예술의전당만 고고한 성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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