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금] 일산 음악감상실 '돌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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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산 신도시 장항동 정발산 자락에 위치한 고전음악감상실 '돌체' . 좌석이라야 70여개에 불과한 평범한 찻집이다.

그러나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이곳은 꽉 들어찬 손님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클래식 연주나 성악 독창회를 듣기 위해 일산 뿐 아니라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온 클래식 애호가들이 일찌감치 줄을 선다.

매주 이 곳을 찾는다는 주부 이숙자(47)씨는 "변변한 공연장 하나 없는 일산신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축복" 이라고 말했다. 친구.연인.가족 등과 따끈한 차를 앞에 두고 음악가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격조높은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이곳은 이제 일산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1998년 1월 문을 연 이곳 음악회는 오는 23일로 93회째를 맞는다. 23일에는 단국대.중앙대 교수인 피아니스트 서규인씨의 독주회가 있다. 바흐.모차르트.드뷔시의 소품과 슈베르트의 '쏘나타' 가 연주된다.

30일에는 바이올린 연주자 김경아씨와 피아니스트 안윤정씨의 듀오 연주회가 개최된다. 이들은 현재 세종 솔리스트와 서울 체임버 앙상블에서 리더와 단원으로 각각 활동 중인 중견 연주자들이다. 연주곡목은 '슈베르트의 소나티네 3번' '브람스의 G장조' 등이다.

이 음악회에서는 국내 최초의 만화영화 '홍길동' 을 제작, 대종상을 수상했던 신동헌(75)화백이 함경도 억양으로 감칠맛 나는 해설을 곁들여 청중들의 이해와 재미를 돕는다.

신화백은 특히 연주회 출연진들의 크로키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 채색한뒤 감상실 벽면에 전시하고 있다. 그림만 봐도 어떤 이들이 연주회를 열었는지 알 수 있다. 10여점이 교대로 전시중이며 현재 피아니스트 연세대 한영란.이경숙 교수, 금호현악4중주단 등의 연주장면 등이 전시돼 있다.

돌체 홈페이지(http://www.dolceclassic.co.kr)에서는 연주회 일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게다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고전음악애호가들이 음악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토요음악회 참가비는 1인당 1만원. 대신 커피와 차 등 음료는 마음껏 들 수 있다. 더러 공연이 끝나면 추첨을 통해 음반이나 각종 클래식 책자 등을 받을 수 있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돌체 대표 김종수(46)씨는 "고전음악을 생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또 재능 있는 음악영재를 발굴, 훌륭한 연주자로 키우기 위해 11세 이하 어린들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음악영재 아카데미' 도 운영중이다. 1990년 이후 출생 어린이 40명을 대상으로 이달말까지 피아노.바이올린.첼로 연주자를 모집중이다.

金대표는 "9월초 1백회 연주회는 특집으로 실내악 앙상블 연주회를 열 예정" 이라고 말했다. 031-902-4953.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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