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도 경로우대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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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6일 점심시간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의 옹심이칼국수 집.

음식점 입구에 '경로우대음식점'이란 낯선 표지판(사진)이 보인다. 65세 이상 손님에게 음식 값을 20%나 할인해 주는 곳이다.

어르신 넷이 막 칼국수 한 그릇씩을 비우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들 가운데 세 사람은 경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노인'.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수영을 하느라 세 사람 모두 운동복 차림으로 들러 신분증을 두고 온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음식점 주인이 나섰다. "연세를 아는 분들인데 신분증은 없어도 돼요."

그 말에 어르신들은 "값도 싸고 인심도 후한 집"이라며 고마워했다. 대구 동구엔 이달 들어 이 같은 경로우대 음식점이 50곳이나 등장했다.

한식은 물론 일식.중식 등 웬만한 이 지역 모범음식점은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동구청이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 공경을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동구청은 지난달부터 지역 경로당 등을 중심으로 이 운동과 해당 음식점을 노인들에게 적극 알렸다. 음식점이 경로우대 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현금이 아쉬운 노인들은 우대 음식점 이용이 활발해졌다. 심지어 대구의 동구 아닌 다른 지역 노인들도 이들 음식점을 찾아 먼길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동구청 이한식 위생과장은 "참여 음식점에 쓰레기봉투 지원 등 갖가지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며 "이 캠페인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옹심이칼국수는 이달 들어 경로우대 손님만 벌써 50여명이 들렀다. 또다른 참여 음식점인 해금강은 10일로 예약된 노인들 모임때 20% 할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칼국수 집 박옥자(50) 대표는 "일찍부터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내용을 모르고 찾아와도 노인이면 경로우대 할인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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