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재 수익 한 해 100억 넘는데 독점판매까지 넘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1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학생들이 EBS 수능교재를 살펴보고 있다.[김형수 기자]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능교재 판매 수익을 올리는 EBS가 교재 직접판매에 나선다. EBS는 수험생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책장사’ 논란도 일고 있다.

곽덕훈 EBS 사장은 1일 “5일부터 학생들이 인터넷의 ‘EBS북몰(책서점)’을 통해 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EBS 사이트에서 강의를 듣다 연계 사이트에서 책을 살 수 있어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BS가 개설하는 자체 판매사이트(book.ebs.co.kr)는 인터파크가 운영한다. 이 사이트에선 일반 온라인 서점과 마찬가지로 10% 가격을 할인해 주고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EBS 관계자는 “일단 총판을 통해 일반 서점에서도 교재를 판매하지만 장기적으로 직접 판매만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EBS 강의를 11월 18일 치르는 수능에 70%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EBS 수능교재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교보문고 강남점 최규종 중·고 학습파트 담당은 “지난해 3월 1~21일과 비교하면 EBS 수능교재 매출이 50% 정도 늘었다”며 “다른 출판사 교재는 하루에 대여섯 권 팔리는데, EBS 언어·외국어·수리 영역 교재는 30~40권씩 빠져나간다”고 소개했다.

EBS가 서점을 거치지 않고 교재를 직접 팔려는 것은 교재가 중요한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EBS 고위 관계자는 “일반 출판사들도 참고서를 직판하고 있는데 EBS는 오히려 늦게 뛰어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책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어서 일반 상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재 수익 학생 위해 써야=EBS가 교재 판매로 얻는 수익은 매년 100억원을 웃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E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EBS는 지난해 수능교재 515억여원어치를 팔아 181억여원의 수익을 남겼다. 올해는 수능 연계 발표에 따라 교재 수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수능교재 무료 지원 예산은 2007년 36억원에서 지난해는 11억원으로 줄었다. 교과부가 EBS에 주는 수능 강의 지원액이 지난해 175억원에서 올해 262억원으로 늘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학생 가운데 33%만이 EBS 교재를 무상 지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EBS가 교재 수익금을 학생을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EBS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재비를 단계적으로 원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노후된 방송시설을 보완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BS 곽 사장은 “서버 증설과 사이트 개편 등 투자할 곳이 많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 교재 지원을 늘리는 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예산 배분을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다.

글=김성탁·김민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