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과 거리 좁힌 ‘국악소풍’ 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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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일 국립부산국악원에 ‘국악소풍’을 온 동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덩 덩 쿵 더 꿍∼”

1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연지동 국립부산국악원 현관. 한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사물놀이판을 벌였다. 서툰 동작과 박자 때문에 소리는 엉망이었지만 학생들은 뿌듯한 표정이다. 징을 잡은 동평초등학교 장은호(9·3학년)군은 “징소리가 길 게 울려나가는 것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징을 손으로 잡으면 소리가 죽는 것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부산국악원이 주관하는 ‘반갑다 우리 소리야’에 참가한 동평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이날 260명 학생은 대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본격적인 국악체험에 들어갔다.‘ 우리악기 탐험대원’으로 뽑힌 학생 대표 9명이 무대로 올라가 단원들이 갖고 있는 전통악기 앞에 앉았다.

거문고 앞에서 진행을 맡은 조태원(39)공연계장이 “어떤 소리가 나올 것 같아요”라고 묻는다. 객석의 학생들은 “이쁜 소리요”라고 소리를 친다. 순간 무대 뒤 화면에는 거문고가 클로즈업되면서 연주자의 자세한 손놀림을 보여준다. 거문고 연주자는 ‘아리랑’을 연주했다. 조계장이 “거문고 소리는 예쁜 소리가 아니라 힘차고 굵은 소리가 나요. 그렇죠”라고 말하니 객석에서는 “예”라고 호응한다.

“연주자가 갖고 있는 젓가락은 무엇입니까”라며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젓가락이 아니라 ‘술대’라고 하는 연주기구입니다”라고 조계장이 답변한다.

해금 연주자가 동요 ‘학교종이 땡땡땡’을 연주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진다.

이렇게 무대와 객석이 어울려 가야금·거문고·장구·피리·대금·해금 등 9종의 우리 악기 공부를 1시간쯤 했다. 이어 부산국악원 예술단이 펼치는 부채춤과 전통공연을 관람한 뒤 ‘강강수월래’등 우리 민요도 배웠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부산국악원 곳곳으로 흩어져 도시락을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비가오지 않으면 학생들은 널뛰기·투호·팽이치기·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도 체험 할 수 있다.

국립 부산국악원이 ‘국악 소풍’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국악을 체험하고 민속놀이를 즐기는데 내는 비용은 1000원이다. 8일에는 부산 동현초등학교 학생 340명이 오는 등 지금까지 부산·경남 지역 12개 학교가 신청을 했다.

어른들을 위한 ‘국악문화학교’도 인기다. 가야금·해금· 대금· 사물놀이· 민요· 한국춤 등을 10주 과정으로 가르쳐주는 이 과정은 10월에 개강하지만 벌써 정원을 다 채울 정도로 인기다.

국립 부산국악원 박영도 원장은 “어릴 때부터 국악을 자주 접해야 어른이 되어도 동·서양 문화에 대한 균형감각이 생긴다”며 “학생들이 쉽게 국악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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