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대 지방 이전 논의할 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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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수도 이전 대안을 조만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분권과 국토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의 취지와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서울에 밀집된 대학을 수도 이전 부지 등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때맞춰 강원도는 500만평의 부지를 약속하며 서울대의 이전을 제안했다.

현재 수도권에 4년제 대학의 대부분이 몰려 있다. 상위권 대학은 모두 서울과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매년 60여만명의 수험생이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수도권 대학은 입학정원을 거의 다 채우는 반면 지방대학들은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그나마 선발한 신입생은 2, 3학년이 되면 편입시험을 통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실정이니 지방대학은 이래저래 죽을 지경이다. 지방대학의 빈사상태는 지방의 공동화를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지방에 유수한 대학들이 자리잡는다면 진정한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수도권 대학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지방대학을 인수.합병(M&A)한다면 수도권의 대학 편중현상도 완화하고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대학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캠퍼스는 유흥가로 둘러싸여 있고 교통 소음으로 면학과 연구가 어려운 형편이다. 영국 옥스퍼드시와 미국 프린스턴시처럼 교육과 연구시설, 기숙사, 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교육도시의 조성이 절실하다. 수도 이전에 수십조원을 쓸 작정이었다면 그 예산의 몇 분의 일로도 훌륭한 대학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떠나는 대학에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준다면 대학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기업도시 건설이 구체화되고 있는 마당에 대학도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미 서울대 이전 방안을 내놓은 강원도를 포함해 수도 이전 부지나 혹은 타지역에라도 대학도시를 조성한다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수도 이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