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타이거 우즈에 한국 호랑이 기상 보여주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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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의 강인한 기상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호랑이'에게 잘 어울리는 선물이 될 겁니다."

호랑이 그림 1만점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 이목일(53)씨가 오는 12일 방한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호랑이 그림 12점을 선물한다.

우즈는 제주도 라온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라온건설인비테이셔널(13~14일.총상금 20만달러)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대회에는 우즈 외에도 유럽투어에서 주로 활약하는 콜린 몽고메리와 한국 남녀골프의 간판스타인 최경주.박세리 선수가 출전한다. 첫날은 골프 클리닉과 프로암 등의 행사가 벌어지며 이틀째에 이들 네명의 스킨스 게임이 펼쳐진다.

이씨의 호랑이 그림은 A4용지 크기의 소품들로, 라온건설의 손천수 회장이 비단에 싸서 14일 우즈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이씨의 그림 증정은 주최 측인 라온건설에서 근무하는 이씨의 친구가 다리를 놓아 성사됐다. 회사 측에서 우즈에게 줄 뜻깊은 선물을 찾던 중 친구가 '타이거 우즈의 이름과 연관있는 호랑이 그림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채택됐다.

이씨는 지난 8월 석점의 '시제품'을 회사 관계자들에게 보냈고, 이에 만족한 회사 측은 정식으로 선물용 그림을 의뢰했다. 이씨는 선물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림값을 받지 않기로 했다.

경남 함양 출신으로 서라벌예대를 졸업한 이씨는 수묵화.유화.판화.조각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온 중견 화가다. 200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 간은 줄곧 호랑이 그림만 그려 1만점을 채웠다. 이 그림들 중 일부는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전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호랑이는 우리 겨레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신령한 동물로,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새롭게 발현해보자는 취지에서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이왕 시작한 김에 1만점을 채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일 소재를 놓고 1만점의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는 사과를 그린 후기인상파 화가 폴 세잔이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www.leemokil.com)를 통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이씨는 작가 마광수씨와는 매일같이 통화해 안부를 묻는 막역한 친구 사이다. 이씨는 "마광수씨와 함께하는 판화 2인전을 비롯해 내년에는 국내외에서 여덟차례의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강한 창작 의욕을 내비쳤다.

글=하지윤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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