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중국 내수 활성화 위한 숙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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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견뎌냈다. 이제 국제사회는 중국의 내수 부문이 지난해처럼 인상적인 성장을 계속할지 주목하고 있다. 마침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국내 소비 진작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씀씀이를 자제해 온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과감히 경제의 중심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중국 경제에서 내수 비중이 감소한 것은 중국 가정의 가처분소득 이 줄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의 감소 탓이다. 중국의 경제구조가 근로소득의 비중이 큰 농업에서 자본의 비중이 큰 제조업으로 축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가 불충분하고 교육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저축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그럼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얼까. 우선 노동 계층의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 소득세나 건강보험·연금 징수액 등을 고려하면 현행 근로소득세 부담은 너무 높다. 물론 세금은 사회복지 예산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재산·양도소득·상속세 비중을 늘리면 해결된다.

가정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위기 후 중국 정부는 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연금 범위 확대, 전 국민 건강보험, 초·중등교육 무상 지원 등의 개선을 이뤘다. 하지만 보험 보장 범위를 더 넓히고 고등교육에까지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주택시장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면 소비가 억제된다. 젊은 층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에만 힘쓰기 때문이다. 투자 수단이 부동산·저축 등으로 한정된 것도 집값 상승의 이유다. 재산세나 양도소득세로 투기 욕구를 억제하는 한편 전국적인 주택종합 대책을 통해 저소득층이 쉽게 집을 장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시스템의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 민영 연금·보험 시장을 육성하면 건강보험 등으로 늘어난 정부 부담을 보완하면서 저축으로 돈이 몰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서비스업 육성도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현재 중국 고용시장에선 제조업 비중이 높다. 하지만 향후 수년 내에 경쟁력 있는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서비스업을 키우려면 국영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서비스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서비스업 육성에 힘쓰는 지방 정부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위안화의 가치 절상은 내수 확대를 위한 필수 과제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가계 소득도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서비스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동기도 커진다. 결국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 범위도 넓어진다.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에 성공한다면 중국 경제는 새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가파른 성장과 함께 높은 고용률과 사회보장제도의 확충도 가능해질 것이다. 서비스업이 늘어 제조업 비중이 줄면 원자재 부담도 덜 수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의 이런 변화는 세계 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아눕 싱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정리=이승호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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