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르단 원전 1기 이상 맡게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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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컨소시엄과 요르단 원자력위원회가 30일 건설사업 계약을 한 뒤 손을 맞잡았다. 왼쪽부터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사미르 리파이 요르단 총리, 왈리드 마아니 고등교육과학부 장관, 칼리드 토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네드 조비 원자력위원회 연구로 사업책임자.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한국이 1500억원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를 중동 요르단에 수출하는 계약이 마침내 성사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은 이 나라 수도 암만의 총리공관에서 요르단원자력위원회(JAEC)와 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사업 계약을 30일 했다고 밝혔다. 계약식에는 한국 쪽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 요르단 쪽에선 사미르 리파이 총리, 칼리드 토칸 요르단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 덕분에 요르단이 발주한 상용 원자력 발전 수주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칼리드 토칸 위원장은 계약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요르단 상용 원전 건설 사업에서 적어도 한 기 이상의 건설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은 현재 2013년에 착공해 2020년 완공한다는 목표로 두 기의 상용 원전을 발주한 상태다. 현재 이 사업에는 한국과 러시아·캐나다·프랑스가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사업자 선정은 내년 3월께다.

이번 연구용 원자로 수출은 지난해 12월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상용 원전 수출 계약을 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원자력시스템 일괄 수출을 하는 조건이다. 한국이 1959년 미국에서 처음 연구용 원자로를 들여온 이후 50년 만에 독자 기술로 수출에 나선 것이다. 한국 컨소시엄은 아르헨티나·러시아·중국 등과 치열하게 경합해 지난 1월 10일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 뒤 수차례의 협상 끝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는 암만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이르비드의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에 건설된다. 한국 컨소시엄은 원자로를 6월 착공해 2014년 7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운전을 거쳐 2015년 2월 부속 시설 등 모든 시설을 완공해 요르단에 넘겨주게 된다. 한국 측은 원자로 준공 이후에도 운영요원 교육과 안전관리를 맡는다.

안 장관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는 설계에서 제작·건설·운영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술로 이뤄진다. 한국 원자력 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국제 연구용 원자로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연구용 원자로는 암 치료 등에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성자를 이용한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다. 원자력의 원리를 알 수 있는 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은 그동안 연구용 원자로 설계와 건설에서뿐만 아니라 활용기술에서도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수출이 이뤄지지 못해 내수용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 수출로 그런 지적을 털 수 있게 됐다.

칼리드 토칸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짓는 한국의 연구용 원자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걸작이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와지 오와이스 요르단 과학기술대학 총장은 “요르단 원자로가 향후 중동지역 수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수출은 앞으로 전 세계에서 발주가 이어질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15년 안에 지구촌에서 발주될 물량은 10조~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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