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자영업자 살리기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2일 음식점 자영업자 수만명이 여의도에 모여 '생존권 사수를 위한 전국 음식업주 궐기대회'라는 대규모 장외 실력행사에 나섰다. 그러잖아도 장기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음식점을 과소비 업종으로 분류해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신용카드 매출액 공제율을 낮추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식업종은 장기간 지속돼 온 누적적자로 연말이면 15만여개 점포가 문을 닫고 45만여명의 대량 실직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산업자원부의 연간 10만개 점포창업 지원정책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음식점뿐 아니라 소규모 소매업도 21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서비스업 생산은 5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심각하다. 가맹본부의 시스템 지원으로 비교적 경기 대처능력이 강한 프랜차이즈 사업조차 폐점률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실제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신용불량자의 30~40%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해 준다. 올 9월 말 현재,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한 금액도 무려 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나 늘었다.

이렇게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자영업에 대한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아직까지 자영업자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요즘 상황을 '수건 돌리기 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계속된 적자로 폐업하고 싶어도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입점 당시 권리금을 고스란히 잃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다. 권리금은 차치하고라도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임대료를 돌려받지 못해 민사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 임금체불, 가정불화 등으로 이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거리로 나앉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를 살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취업 하지 못한 젊은이들이나 주부, 혹은 퇴직자들이 최후의 생계보루로 자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용창출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점포당 3.5명의 고용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회 안정을 위해서도 이대로 두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유가 상승, 미국경기 침체, 중국의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 탓도 있지만 그보다 국내정세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소비위축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청의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이나 근로복지공단의 창업지원자금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잘나가는 사업자를 위한 정책일 뿐 경영개선이나 업종전환 등에는 혜택이 거의 없다. 소득세나 부가세의 공제율도 이 시점에서 낮출 게 아니라 경기 추이를 봐 가면서 좀더 신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울시 등 3개 기관이 청년창업자를 선발해 3개월의 훈련을 통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즉, 폐점 위기의 자영업자들에게 재교육을 통해 재기의 기회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제조업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지원사업을 자영업에도 도입해 경영애로를 청취하고 개선해 주는 수퍼바이징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자영업자 스스로도 외부 요인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상품을 특화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능력 있는 경영자에게 대신 맡겨 운영하게 하는 소위 위탁경영 등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형석 한국창업컨설팅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