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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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좋은 그림책에 주는 상 중에 국제안데르센상과 칼데콧상, 볼로냐 라가치상 등은 오랜 권위를 자랑한다. 최근 국내 어린이책 시장이 커지면서 그 수상작들에 대한 출판사들의 '싹쓸이 계약' 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들로선 그림책을 고를 때 지침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런 수상작이라도 우리네 아이들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M&B가 어린이책 전문팀을 꾸린 뒤 처음으로 내놓은 그림책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는 2000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작품이다.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 로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1846년~85년)을 기려 1938년에 제정된 칼데콧상은 '그림책의 노벨상' 이라고도 불린다. 아너상은 차상쯤 된다.

이 상은 미 도서관협회가 주재, 미국에서 발행된 그림책에만 수여되기 때문에 수상작 역시 미국적이기 십상이다. 즉 유머러스한 내용과 밝고 가벼운 느낌의 그림이 특징이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야기는 브라운 아저씨네 젖소들은 타자 치는 걸 좋아한다는 재미난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작은 시골농장이 하루종일 '탁탁 톡톡 음매~ 철커덕 톡톡 음매~' 하는 소리로 시끄러워 브라운 아저씨는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이런 젖소들이 편지로 시위까지 벌인다. '브라운 아저씨께, 헛간이 너무너무 추워요. 밤마다 덜덜 떨고 있어요. 전기 담요를 깔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젖소들 올림' .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유식한' 젖소들의 천연덕스러움과 젖소들의 시위에 합류하는 암탉들의 결연한 의지, 그리고 고집스런 브라운 아저씨의 당황스러움 등이 담긴 표정을 거침없는 붓놀림으로 그려낸 수채화도 익살맞기 그지없다.

반면 베틀북의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수상작 시리즈로 나온 『검은 코트 아저씨』는 이와는 대조적인 유럽 그림책의 특징, 즉 다소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절제된 언어와 어두운 듯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그림이 돋보이는 책이다.

검은색 코트와 붉은 톤 배경과의 조화, 비정상적으로 몸집만 크게 그린 인물들, 그리고 여백미를 느끼게 하는 배경처리 등 프랑스에서 마티스를 연구한 경력을 지닌 이 일본인 작가의 유화들은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가방 두개를 들고 마을에 나타난 검은 코트의 아저씨. 주인공 소년과 함께 피리를 불며 하늘을 날고, 곡예사처럼 줄타기도 하다 훌쩍 떠나 버린다.

피리를 선물로 남긴 채…. 두 권의 그림책을 비교해 보면서 각기 다른 미국과 유럽의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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