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북한도 채권을 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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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북한이 1950년 7월 전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서울서 발행한 인민경제발전채권.

증권예탁원이 지난 5월 일산센터에 설치한 증권박물관이 화제다. 세계에서 두번째이자 아시아에서 처음인 증권박물관은 예탁원이 소장한 국내외 희귀 증권 2500여점 중에서 역사성과 희소성이 높은 291점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북한이 6.25전쟁 당시인 1950년 7월께 서울에서 발행한 채권이다. 이름은 인민경제발전채권.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서였다. 이 채권 발행 조례에 따르면 15억원 규모로 발행됐고, 액면가는 50원.100원.500원 등 세가지였다. 상환 방식은 당첨자에겐 높은 원리금을 주고, 낙첨자에겐 원금만 주는 복권식이었다. 이 채권 확보 과정도 극적이었다. 박물관은 국가정보원에 문의해 이 채권의 출처를 묻지 않는다는 대답을 듣고 전국 골동품점에 소문을 냈다. 지난해 9월 누군가가 인터넷 경매에 이 채권을 매물로 내놨고 예탁원은 치열한 경매 경쟁 끝에 구입할 수 있었다.

박물관에는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려고 발행한 독립공채(1919년)와 올림픽 참가 경비를 모으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 복권인 런던올림픽 후원권(1947년)도 있다. 예금자 번호를 추첨해 예금액의 500배를 지급했던 건국기념예금증서(1949년)를 보면 광복 이후 피폐한 경제 상황에서 국민의 저축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박물관에는 이 밖에 세계 최초의 주식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주권(1602년) 등 세계 유명기업들의 주식도 전시돼 있다.

증권예탁원 관계자는 "학생들을 위한 경제교육 현장으로도 찾아볼 만하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관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는 없다. 문의는 031-900-7070.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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