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야구의 봄, 잠실·문학·대구·사직에 몰린 17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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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8일 KIA-두산전이 열린 잠실 구장에 관중이 꽉 들어찬 모습. 주말 전국 4개 구장에서 치러진 8경기에는 총 17만5926명의 관중(평균 2만1991명)이 들어차 뜨거운 야구 열기를 뿜어냈다. KBO는 올해 관중 목표를 650만 명으로 정해놓고 있다. [연합뉴스]

‘CK포’의 랑데부 아치, 역대 최장신 투수의 데뷔 등판, ‘타격기계’의 역전 결승타….

야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휴일 하루였다. 두산이 2010 프로야구 개막 2연전에서 지난해 챔피언 KIA를 연파했다. SK와 넥센도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주말 전국 4개 구장에서 치러진 8경기에는 총 17만5926명의 관중(평균 2만1991명)이 운집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두산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양팀이 31안타(KIA 16, 두산 15개)를 주고받는 타격전 끝에 10-9로 승리했다. 이틀 연속 잠실벌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2만7000명)은 두 우승 후보의 숨막히는 접전에 환호와 탄식을 연발했다.

인기그룹 소녀시대가 28일 잠실구장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는 27일 잠실 시구를 맡았고, 넥센 김민우는 27일 롯데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날렸다(왼쪽부터). [뉴시스·연합뉴스]

먼저 함성이 터진 곳은 3루 쪽 KIA 응원석이었다. KIA는 1회 초 공격에서 ‘CK포’로 불리는 4번 최희섭과 5번 김상현이 연거푸 홈런을 때려 냈다. 넥센에서 이적한 두산 선발 이현승을 상대로 최희섭이 비거리 130m의 대형 2점 홈런을 날린 데 이어 김상현도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려 냈다. 1회 타자 일순하며 5득점한 KIA는 2회에도 한 점을 보태 6-0으로 앞서 나갔다.

두산의 뚝심도 만만치 않았다. 3회 말 10명의 타자가 나와 5점을 몰아내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1사 만루에서 유재웅이 세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좌중간 2루타를 쳐내 1루 쪽 두산 응원석을 뜨겁게 달궜다. 이종욱은 바뀐 투수 곽정철에게서 동점타를 뽑아냈다.

4회에는 프로야구 역대 최장신(2m7㎝) 투수인 두산 좌완 장민익이 마운드에 올라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최고 시속 143㎞의 공을 던진 고졸 신인 장민익은 첫 타자 김원섭에게 2루타를 내주고 5회에는 나지완에게 적시타를 맞는 등 1이닝 동안 3피안타·1실점으로 프로 데뷔전을 마쳤다.

승부의 마침표는 두산의 ‘타격기계’ 김현수가 찍었다. 두산은 6-9로 뒤진 5회 말 이종욱과 오재원의 연속 적시타로 한 점 차까지 추격한 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김현수가 2타점 좌중간 안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올 시즌부터 4번 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전날 개막전 4타수 4안타에 이어 이날도 3타수 2안타·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두산은 6회부터 나온 고창성-정재훈-이용찬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져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KIA는 이틀 연속 마운드 난조를 드러내며 빈손으로 홈 광주로 향했다. 개막 직전 외국인 투수 로드리게스가 부상으로 퇴출된 데 이어 에이스 윤석민도 어깨 통증으로 등판이 늦어지는 등 초반 악재가 겹치고 있다. 조범현 KIA 감독은 경기 뒤 “투수들이 점수를 너무 쉽게 줘 아쉽다”고 말했다.

SK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지난해 최하위 한화를 6-3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SK는 지난 시즌 막판 19연승을 포함해 21연승 행진을 이어 갔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날 승리로 김응용 전 삼성 감독(1476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감독 1100승을 달성했다.

넥센은 부산에서 강귀태의 시즌 첫 만루 홈런 등 대포 네 방을 앞세워 롯데를 11-3으로 눌렀다. 시범경기 1위(10승2패)였던 롯데는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2연패를 당했다. 삼성은 대구에서 LG를 9-4로 제압하고 전날 연장 역전패를 설욕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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