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돌면 알아서 스르륵 … 똑똑한 헤드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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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코너의 굽이진 쪽으로 꺾어 비추는 헤드램프를 선보이고 있다.

헤드램프는 자동차의 대표적 안전장비다. 주간에도 헤드램프를 켜고 달리면 교통사고가 20% 가까이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유럽연합은 내년 5월부터 주간 주행등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자동차용 헤드램프는 1880년대 처음 등장했다. 초기엔 호롱불처럼 기름을 연료로 썼다. 전기를 이용한 헤드램프는 1898년 처음 등장했다. 현대적인 개념의 헤드램프와 시동 장치를 갖춘 차는 1912년 캐딜락이 최초로 선보였다.

헤드램프는 불을 밝히는 원리에 따라 할로겐과 고압방전등, LED로 나뉜다. 현재 헤드램프의 주류는 고압방전등(HID)이다. 고압방전등은 필라멘트 없이 전자가 형광물질과 부딪혀 빛을 낸다. 구조물 안에 제논 가스를 채우기 때문에 제논 헤드램프라고도 부른다. 고압방전등의 전력 소모는 할로겐 방식의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밝기는 3배 이상, 수명은 5배 이상이다.

고압방전등에도 단점이 있다. 방전관에 제논 가스와 수은 가스를 함께 채우는 까닭이다. 수은은 뇌와 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중금속. 따라서 유럽연합은 2012년 1월부터 수은 가스가 들어가는 고압방전등의 생산을 금지할 예정이다.

요즘 차세대 헤드램프로 관심을 모으는 건 LED로, 1990년대 초부터 자동차의 보조 조명에 쓰이기 시작했다. 렉서스가 2007년 LS600hL의 헤드램프로 처음 상용화했다. 국내에선 에쿠스 리무진이 처음이었다. 아직까진 고압방전등보다 밝기가 떨어지지만, 전력소모가 적고 수명이 10만 시간에 달한다.

헤드램프에 다양한 기능이 접목되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승차 인원에 따라 헤드램프의 각도를 조절하는 기능은 이미 1948년 시트로앵이 2CV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운전자가 직접 스위치로 조작하는 방식이었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감지해 헤드램프의 위아래 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기능 또한 1954년 일찌감치 등장했다.

최근엔 코너의 굽이를 따라 꺾어 비추는 헤드램프도 선보였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읽어 눈망울을 좌우로 굴린다. 랜드로버는 어두운 밤 맞은편 차선에 차가 없을 땐 알아서 하이빔으로 전환하는 기능까지 선보였다. 헤드램프는 기능뿐 아니라 멋을 내는 수단으로도 인기다. LED 주간주행등으로 고유의 표정을 완성한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글=김기범 자동차 칼럼니스트 (중앙SUNDAY 객원기자) cuty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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