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의 건강 가이드 Ⅰ 신장 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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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이 이달 초 장기이식센터를 열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그 중심엔 ‘신장이식 수술의 대가’로 불리는 박기일(71·사진) 교수가 있다. 분당차 병원 장기이식센터장으로 부임한 그에게서 국내 신장이식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 교수는 1979년부터 32년간 2400건이 넘는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개인 기록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유일하다. 언제부턴가 수술 횟수를 세지 않는다는 박 교수. 그러나 그의 수술은 늘 새로운 도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박 교수는 오전 8시30분에 진료를 시작한다.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일반진료보다 1시간30분이나 앞당긴 것이다. 환자를 위한 배려에서다.

“신장이식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아요. 병원에는 각종 질환자가 모이잖아요. 오전 일찍 진료하면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어 그만큼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죠. 직장에 다니는 환자는 진료를 마치고 출근하니까 편리하고요.”

‘조기진료’는 박 교수가 세브란스병원 재직 시절부터 지켜온 철칙이다. 검사결과도 오전에 확인하고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환자에게 연락해 당일 내 병원에 오도록 한다. 재검사를 해 빨리 치료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급성거부반응을 보인 환자는 3일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을 되살리기 어렵다.

국내 최초로 ‘교환 이식’ 도입

박 교수는 “신장은 심장·뇌 등과 함께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바이탈 오가닉(Vital Organic)”이라며 “신장이 망가지면 투석요법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신장이식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으로 꼽힌다. 성공적으로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는 거의 일반인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신장 공여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매년 5000명씩 생기지만 이들 중 1000명 정도만 수술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매년 신장이식 대기자 수가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장기이식을 꺼리는 국내 정서를 공여자 부족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은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교환이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환이식’은 가족이나 친지 또는 순수 기증자가 있더라도 혈액형 불일치·림프구 교차반응 양성·조직형의 불일치 등의 이유로 수술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 공여자를 서로 교환하는 방법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원스톱 협진 이식 프로그램 시행

신장이식은 수술 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저항력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때론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주치의의 지시에 따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면역억제제라도 환자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용량이 다른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 수술 후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 교수는 “거부반응의 증상이라고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열이 나거나 소변량과 체중이 줄어드는 등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병원을 찾아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박 교수는 “차병원 장기이식센터의 틀을 만들고 키워 나가는 것이 임상의로서 마지막 과업이라 생각한다”며 “환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진료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 영입과 함께 지난 2일 문을 연분당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외과·신장내과·비뇨기과 전문 의료진의 원스톱 협진으로 체계적인 이식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 글=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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