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 전국 ‘땅 지도’ 새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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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700여만 필지의 땅 지도가 새로 그려진다. 1910년 일제가 한국을 강제 병합하면서 처음 만든 지적도(地籍圖)를 정부가 100년 만에 전면 재조사키로 한 것이다. 조사 결과 원래 땅 문서에 나와 있는 넓이가 새로 측정한 넓이와 다르면 땅 주인은 늘어난 면적만큼의 땅값을 국가에 내거나 줄어든 만큼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3715만7000필지를 대상으로 땅의 호적이자 지도인 디지털 지적도를 새로 만드는 지적 재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까지 3조4678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이 정부 추산이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 1월 국무회의에 ‘지적 재조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이 법안을 만들어 다음 달 20일까지 법제처 심사를 받은 뒤 7월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지적 재조사 사업은 2011년 4월부터 시작된다.

조사 결과 실제 면적이 현재의 땅 문서 면적보다 큰 것으로 밝혀지면 땅 주인은 늘어난 땅만큼의 값을 특별법 통과 후 만들어질 ‘지적재조사기금’에 내야 한다. 땅값은 해마다 정부가 산정하는 개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반대로 조사 후 면적이 현재의 땅 문서 면적보다 작으면 줄어든 땅값을 기금에서 청산금(보상금)으로 받는다. 늘어난 땅이나 청산금은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소득세·취득세·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면 재조사에 앞서 2008년 시범지구를 선정해 지적을 새로 작성했다. 재조사가 끝난 전남 영광군 옥실지구에선 566개 필지 가운데 133필지의 면적이 원래 지적도에 비해 늘었다. 반면 93필지의 면적은 줄었다. 땅이 늘어난 79명의 땅 주인은 모두 7902만원을 영광군에 냈고, 줄어든 49명은 6018만원을 돌려받았다. 땅 넓이는 57만5296㎡에서 57만6516㎡로 1220㎡(0.21%) 늘어났다.

땅값이 싼 이(里) 단위의 옥실지구에서 수천만원이 오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조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될 경우 천문학적 금액이 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거나 싸다는 이유로 분쟁이나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


지적도와 실제 땅의 생김새나 크기가 다른 이른바 ‘측량 불일치 토지’는 전체 필지의 15%를 차지한다. 그동안 개인·기업·국가의 고질적 분쟁거리였다. 소송이나 협상에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재산권 행사에도 지장을 줬다. 국유지도 16만여 필지 418㎢가 사실상 방치돼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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