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90% “무소속 출마” 엄포 … 한나라 ‘구청장 물갈이’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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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권이 6·2 지방선거에서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현장에서 경고음은 들리는데 공천을 통한 현역 물갈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21일 “서울 25개 구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당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하 지역이 7~8개”라며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위기’라는 경보가 켜진 것”이라고 말했다.

①2006년 ‘압승’의 역설=서울의 경우 2006년 지방선거에서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한 게 거꾸로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시당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현역 구청장 중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90%”라며 “공천 탈락자가 실제로 출마하면 여 성향 표 중 적어도 10%포인트 이상 빼앗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강남 3개 구(강남·서초·송파)와 강서·광진·도봉·마포·영등포·중구 등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 때문에 물갈이 폭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역 단체장 16명 전원이 여당 소속인 부산시당의 경우 연제·금정·동래구 등에 교체 여론이 있지만 서울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②‘갑-을’의 전쟁=국회의원 선거구가 갑·을로 나뉜 곳의 경우 해당 선거구 의원들이 공천 갈등을 빚고 있어 문제다. 서울 서대문구에선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서대문을) 의원과 친박계 핵심 이성헌(서대문갑) 의원이 서로 자기 사람을 밀고 있다. 이 의원은 31일 갑구만의 ‘후보자추천자대회’를 열겠다고 공언까지 한 상태다. 서울 강남(이종구-공성진 의원), 부산 남구(김무성-김정훈), 대구 북구(서상기-이명규) 등도 같은 성격의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③여성 단체장 구인난=한나라당은 서울 강남 2곳, 강북 1곳, 부산·경기 각각 2곳, 나머지 13개 시·도에선 1곳씩의 기초자치단체를 골라 여성 후보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득표 경쟁력을 갖춘 여성 후보를 찾는 일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서울 강남권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로 신연희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1명을 겨우 영입한 게 지금까지 실적이다.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은 “우수 인재일수록 여성 본인이 사양하는 경우가 많아 영입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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