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대 강 사업 피해 우려 … 멸종위기 물고기 보호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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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부가 2012년까지 한강·낙동강 등 4대 강에 사는 멸종위기 물고기 8종에 대해 해당 서식지에서 그 수를 늘리고 보호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4대 강 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주장하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꿔 물고기 보호에 나선 것이다.

21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4대 강 멸종위기 어류 증식·복원 계획’ 자료에서 환경부는 “준설과 보(洑) 설치 공사로 서식지 훼손 등 생물종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해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기존에 추진해 왔던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사업을 2012년까지는 4대 강 서식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2008~2009년 4대 강의 생태계를 조사한 데 이어 국토해양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올 1월 이 같은 계획을 마련했다. 4대 강의 멸종위기 어류 8종 중 환경부가 얼룩새코미꾸리 등 4종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흰수마자 등 4종의 보호와 개체 늘리기를 각각 책임지기로 했다.

낙동강에서만 발견되는 얼룩새코미꾸리는 물 흐름이 빠른 곳의 자갈 바닥에, 금강 본류와 낙동강 지류에서 관찰되는 흰수마자는 깨끗한 모래가 깔린 여울에 주로 사는 종이다. 두 물고기는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종이다. 이 때문에 강바닥을 깊이 파헤치거나 흙탕물이 지속되면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환경부는 2012년까지 2억5000만원을, 국토부는 1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처럼 정부가 뒤늦게 물고기 복원에 나선 것은 4대 강 사업이 수중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국토부는 4대 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송재용 수질환경협력국장은 “2006년 환경부가 수립한 복원사업에 따른 것으로 환경부에서는 예산 확보가 어려워 일부는 4대 강 사업 예산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환경부의 2006년 사업계획에는 이번 복원 대상 물고기 8종 중 감돌고기·퉁사리·얼룩새코미꾸리 3종만 포함돼 있었다. 5종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국토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면서 “하천공사가 생태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고, (물고기) 서식지가 대부분 원형 보전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힌 바 있다.

순천향대 방인철(해양생명공학과) 교수는 “멸종위기종 물고기들은 대부분 (물살이 빠른) 여울에 사는데 보를 건설하면 환경이 달라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복원 사업도 최소한 5년 이상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복원에 앞서 멸종위기종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이호중 국토환경정책과장은 “4대 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멸종위기종 물고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요구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환경부가 야생 동식물 보호와 멸종 방지를 위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지정한 법적 보호종이다. 수가 현저히 감소돼 실제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은 멸종위기종 1급,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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