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출구전략 마냥 미뤄선 안 돼…금리 인상, 선거 전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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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9일 인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3.25%→3.5%)했다. 지난 1월 예금준비율 인상에 이어 보다 공격적인 인플레 수습에 나선 것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기 위해 각국이 펴온 금융완화정책을 맨 먼저 거둬들이기 시작한 나라는 호주와 노르웨이였다. 특히 호주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3.0%→4.0%) 끌어올렸고 앞으로도 추가 인상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미 예금준비율 인상을 통해 과잉유동성 흡수에 나선 중국과 브라질의 경우에도 머잖아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렇다 해서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출구전략 가동에 나섰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지난 16일 연방기금 금리를 동결하면서 ‘예외적으로 낮은 정책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며 단기간 내 금리인상은 없을 것임을 보여줬다. 또한 그리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연합(EU)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일본의 경우 출구전략 가동에는 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새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 그동안 한은이 시사해온 금리인상 필요성과 정부의 강력한 금리인상 시기상조론 속에서 눈치를 보던 시장은 김 총재 내정 발표 후 저금리 기조 유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한은도 정부’라고 말해온 그의 발언이나 이력으로 볼 때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일은 하지 않으리란 판단이 시장금리를 하락세로 몰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출구전략 논의를 한동안 접어놓아도 될 만하냐는 것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상황이 여전히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동의한다 해도 지난 1~2월 물가억제선 3%를 넘나든 물가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며,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분명히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기준금리 2%는 알다시피 위기 극복용이었지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끌면 끌수록 물가상승이나 자산버블 등의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수습의 신호를 보낼 때가 됐지 싶다. 시장 예상보다 한 발짝쯤 빨리,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다는 효과도 감안해, 6월 지방선거 전이 어떨까.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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